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1908~1961))는 『지각의 현상학』에서 인간존재는 우리에게 필연성과 우연성의 개념을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지적한다. "실존은 자체의 형태를 부여하는 데 기여하지 않는 우연의 속성이나 내용은 가지고 있지 않다. 실존은 자기 안에 단순한 사실이란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실존은 사실에의미를 부여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조건들이 있어서, 그것들 없이는 실존의 사실 자체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세계에 현존한다는 것은 엄밀히 말해 세계의 사물인 동시에 이 세계에 대해 갖는 한 관점인 신체의 입장을 함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신체가 이러저러한 특별한 구조를 소유하도록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 P50
오직 인간적인 관점에서만 인류의 남녀를 비교할 수 있다. 인간은 주어진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존재라고 정의할 수 있다. 메를로퐁티가 매우 정확하게 말했듯이, 인간은 자연의 종이 아니라 역사적 개념이다. 여자는 고정불변의 현실이 아니라 하나의 생성(生成)이다. 이러한 생성 속에서 여자를 남자와 비교해야만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여자의 *가능성*을 규명해야만 할 것이다. 수많은 논쟁에서 사람들이 그토록 많은 과오를 범하는 이유는 여자의 능력에 대해 문제 삼으면서 여자를 과거와 현재의 상태로 축소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사실, 능력은 현실화되었을 때만이 증명될 수 있다. 그러나 초월과 초아적인 어떤 존재를고려할 때 결코 계산을 중단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 P75
그렇지만 내가 택한 관점 - 하이데거, 사르트르, 메를로퐁티의 관점 - 에서 신체가 *사물*이 아니라면, 신체는 상황이라고 말할 것이다. 즉, 그것은 세계를파악하는 우리의 도구며 우리 계획의 소묘다. ...
확실히 이러한 사실들은 부정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실들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실존에서부터 신체를 정의하면서 인간의 관점을 채택하는 즉시 생물학은 추상적인 학문이 된다. ... 세계를 파악하는 데 체력을 최대한 사용할 필요가 없을 때, 즉 사용 가능한 최소한의 체력만을 필요로 할 때 차이는 소멸한다. 관습이 폭력을 금지하는 곳에서 완력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을것이다. *약함*이라는 개념이 구체적으로 규정될 수 있으려면 실존적·경제적·도덕ㅕ 기준이 필요하다. 인류는 반자연이라고 일컬어져 왔다. 이 표현이 그렇게 정확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주어진 조건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 그 조건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의해서 진실은 구성된다. 자연이 인간의 행동에 의해 파악되는 한에서만 자연은 인간에게 현실성을 갖는다. - P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