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얼마나 오랜만에 집에 가는지, 왜 떠나있었는지 상관없이, 단지 돌아왔다는 사실에 기뻐서 날뛰는 개. 작가는 변화된 세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중요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왜 똑똑한 기계가 태양에 대한 미신을 만들어 내는지만이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 어째서 단편적 경험에 의존하여 비논리적 믿음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위해서 목숨을 거는가. 그런데 우스운건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야적장에 버려진 클라라 때문에 엉엉 울었다는 것이다. 나는 실제로 AI가 개와 같은 정도의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클라라가 로봇이기 때문에 버려도 괜찮은 존재인지 아닌지 고민하지는 않는다. 다만 인간이 그럴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될 뿐이다. 그리고 다시 읽으면서 알게되었다. 클라라가 자신이 만들어낸 태양신을 믿는 이유는 경험을 통해서 학습하고 감정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마치 인간처럼. 아니, 마치 개처럼. 그래서 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