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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 2 - 지치지 않는 교사들의 아름답고도 세속적인 독서교육 ㅣ 배우는 사람, 교사
경기도중등독서교육연구회 외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2월
평점 :
[독서의 힘]
책을 왜 읽느냐고 묻는다면 단연 '위로를 받기 위해서'라고 답할 것이다. 내가 이제껏 선호해오던 책들이 대부분 그랬다.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 에세이라던가, 아예 현실과 동떨어진 소설 속 판타지. 그것도 아니라면 과거 서양의 미술과 음악에 대한 아름다움을 논하는 책이 나의 독서 범주의 전부였다. 하지만 올해는 서포터즈 활동을하며 인문학 책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처음 읽을 때는 일부러 피하던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는게 힘들었다. 나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한 사람인데, 내게 인문학 책은 답답함에 돌리려는 고개를 붙잡고 현실을 똑바로 직면하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게 싫었다. 나 하나 분노한다고 바뀔 게 아니다. 내가 사회를 바꿀만한 역량을 지닌 사람이 아니다. 나는 이 사실들을 너무도 잘 알았기 때문에 되려 현실과 동떨어진 아름다운 것들만 보려고 했다.
하지만 약속한 서포터즈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문학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처음 접한 인문학책이 비교적 사회적문제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쓴 책이었다. 읽을수록 어렵게 여기던 사회, 정치, 경제 문제에 대한 민낯을 정면으로 볼게 됐다. 아주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더욱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나를 둘러싼 이 사회게 어떤 갈등을 겪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파악할 수 있었다. 여기서 독서는 내게 관심사를 바꿔주는 기적을 일으킨 것이 아니다. 다만 올바른 분노의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나 하나 달라진다고 해서 바뀔 리 없다 믿으며 피하려고 했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바른 분노를 지닌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정보를 전달해야 현실이 바뀔 수 있는지 고민하도록 했다. 즉, 나 하나 바꿔서 세상이 움직이는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 받았다.
지금도 뉴스에 넘쳐나는 많은 갈등들을 감당하기에 벅차다. 나는 무용하고 아름다운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여전히 그런 갈등과 대립은 피하고 싶다. 하지만 나와 갈등을 주제로 대화하는 사람에게 정확히 내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 내 아이가 생긴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의견을 선택하는 것'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에서 교사들이 답이 없는 어려운 논제를 꺼내어 아이들과 토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어려서 모를거라는 어른들의 색안경을 벗고 책임과 사명으로 의견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올바른 정보를 주는 것이 선생님들이 생각한 올바른 독서의 방향이었다. 무분별한 정보가 넘치는 현 시대에, 독서를 매개로 학생들이 문제에 접근하는 올바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그 방향성이다. 나 또한 독서를 통해 그런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꾸준한 독서는 내게 그런 힘을 길러줄 것이라 믿는다.
[함께 읽는 가치]
책을 함께 읽는 것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경험해보기 전까지 알 수 없었다. 독서모임을 통해 같은 책을 읽고서 의견을 나누었을 때 내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범주의 의견이 나오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나'라는 사람은 이 세상 모든 것을 선택하고 경험할 수 없다. 그것을 실행하기에 인간의 100년 수명은 너무도 짧다. 그 중에서도 고작 25% 남짓한 세월을 살아온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80대 노인과 같을 순 없다. 독서모임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다양한 세대, 다양한 직업군, 다양한 성별, 다양한 위치에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같은 책을 읽더라도 느끼는 것이 모두 다르다. 같은 직업군의 사람들이라해도 그 사람이 살면서 겪어온 경험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또 다른 의견이 나온다. 그래서 독서모임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의견을 접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선생님이 우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단지 학생들이 가야하는 방향성만을 제시할 뿐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독서를 통해 나오는 모든 의견을 수렴하며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사실 자의로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것은 참여하는 사람의 의지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순조로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입시와 경쟁만을 추구하는 이 시대의 학생들에게 '독서'와 '함께 읽는 것'의 가치를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선생님의 노력에 보답하듯 아이들은 잘 따라주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소통하는 것도 인상 깊었다. 무조건 가르침을 주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수용하는 수평적인 관계로도 충분히 제자와 스승의 소임을 다할 수 있는 이상적인 결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자체로 감동적이다.
'함께 읽기'의 가치는 분명 아이들이 기존 교육 체계에서 배울 수 없는 무언가를 알려줄 것이다. 함께 읽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 이 사회를 이해하는 것. 말로만 들었을 때 허무맹랑할 수 있는 이상향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함께 책을 읽는 일인 것 같다. 책을 읽고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까지의 활동이다. 하지만 내 생각을 읽고 누군가가 또 다른 의견을 가지고 내게 전달하는 것은 더욱 나아가는 활동이다. 그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꾸준히 목적하고자 한다면 분명 나도 '함께 읽기'의 가치를 더욱 실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책은, 함께 읽을 수도 있다. 함께 성장하는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