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하고 창의적인 기계들 클래식그림씨리즈 5
아고스티노 라멜리 지음, 홍성욱 / 그림씨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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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는 눈부신 과학의 발전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시대이다. 과학의 발전은 우리 실생활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로봇이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것이 대수롭지 않고 생산라인에 투입되며 인간이 수작업으로 해야했던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등장하면서 우리의 삶은 더욱 윤택해졌다. 모든 발전이 그렇듯, 과학과 기계의 발전이 긍정적인 결과만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으로 우리의 삶이 한층 더 수준 높아진 것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과거에는 어땠을까? 과거에도 과학의 발전으로 누릴 수 있는 수혜가 있었을까? 이 대답은 라멜리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기계들》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대표적인 과학자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의 명성에 못지 않게 '기계' 분야에서 특출난 재능을 발휘하던 인물이 바로 라멜리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했다. 그의 풍부한 상상력의 결실이 바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기계들》이다. 라멜리는 이 책을 두가지 언어로 편찬했는데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읽고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으리라 짐작했다. 책에 수록된 작화 또한 본인이 직접 그렸을 가능성이 큰데 그만큼 애정이 깊었던 결과물이었나보다. 


이 책에 수록된 다양한 기계를 만날 수 있다. 물론 라멜리가 여기에 수록된 많은 기계를 직접 만든 것은 아니다. 만들지도 않은 기계를 책으로 펴낸 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만들지만 않았을 뿐, 라멜리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기계들》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을만큼 섬세하다. 이 말은 즉, 라멜리의 상상력이 허무맹랑한 공상이 아니라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 책이라는 뜻이다. 특히 이 책은 후에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데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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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트랜스휴머니즘
엘로이즈 쇼슈아 지음, 이명은 옮김 / 그림씨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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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을 떠올리면 단연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있다. 바로 배우 이병헌씨가 비리를 고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의수를 돌려 빼는 장면이다. 이병헌씨는 극중에서 손목을 잘려 의수를 사용하는 역할로 나온다. 그가 옥상에서 한쪽 손으로 라면과 소주를 먹는 장면도 매우 인상 깊었다. 워낙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여서 그런지 그의 '한 손 없는 연기'는 내게 꽤 인상적으로 남았다. 손목 하나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을 잘 연기해서 더욱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나의 경우, 주변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렇듯 신체의 일부가 없는 등장인물이 나온 영화나 웹툰, 드라마 등을 통해 그들의 삶을 간접경험할 수 있었다. 《트랜스휴머니즘》에서는 어느날 오토바이 사고로 팔을 잃은 주인공이 나온다.


오토바이 사고로 팔을 잃은 주인공이 자신의 팔을 절단하는 경험을 하며 절단술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서서히 팔이 없는 삶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내용을 다룬다. 올컬러의 만화책이라 수월하게 읽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어려울 수 있는 의학적 내용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냈다. 이 책이 만화책이여서 느낀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내가 주인공의 심경을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 표현된 주인공의 심경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만화속 표정으로 주인공의 고통을 상상할 수 있다. 내가 책 속의 인물에게 얼마나 대입하느냐에 따라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천차만별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서 어느 날 나도 갑자기 팔이나 다리를 잃게 된다면 어떨지 상상했다. 아주 짧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그 모든 과정을 이겨내고 극복한 주인공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절단술은 인간의 신체 일부를 잘라내는 것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팔이나 다리,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 많은 부위를 잘라낼 수 있게 되었다. 의술의 하나인 '절단술'이 크게 발달하게 된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참혹한 전쟁이 있었다. 전쟁으로(특히 세계대전) 많은 젊은이들이 팔이나 다리를 다쳤고 그대로 방치하면 목숨을 잃을 상황에 놓였다. 어쩔 수 없이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게 되면서 발달한 게 절단술이다. 그 전에도 절단술이 존재하긴 했으나 절단술을 행해야 하는 순간이 전쟁에서만큼은 발생하지 않았다. 결국 전쟁이라는 비극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서야 의학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비극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살리는 의학 기술이 전쟁과 함께 성장했다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우선 문제 발생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따라온 결과이기 때문에 수긍할 수 밖에 없으면서도 씁쓸했다. 지금 이 시대는 눈부신 의학 기술이 꽃 피는 시대다. 더 이상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으로 의술이 발달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을 덜기 위해 기술이 발달했으면 하고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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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 2 - 지치지 않는 교사들의 아름답고도 세속적인 독서교육 배우는 사람, 교사
경기도중등독서교육연구회 외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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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힘]

  책을 왜 읽느냐고 묻는다면 단연 '위로를 받기 위해서'라고 답할 것이다. 내가 이제껏 선호해오던 책들이 대부분 그랬다.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 에세이라던가, 아예 현실과 동떨어진 소설 속 판타지. 그것도 아니라면 과거 서양의 미술과 음악에 대한 아름다움을 논하는 책이 나의 독서 범주의 전부였다. 하지만 올해는 서포터즈 활동을하며 인문학 책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처음 읽을 때는 일부러 피하던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는게 힘들었다. 나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한 사람인데, 내게 인문학 책은 답답함에 돌리려는 고개를 붙잡고 현실을 똑바로 직면하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게 싫었다. 나 하나 분노한다고 바뀔 게 아니다. 내가 사회를 바꿀만한 역량을 지닌 사람이 아니다. 나는 이 사실들을 너무도 잘 알았기 때문에 되려 현실과 동떨어진 아름다운 것들만 보려고 했다. ​


  하지만 약속한 서포터즈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문학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처음 접한 인문학책이 비교적 사회적문제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쓴 책이었다. 읽을수록 어렵게 여기던 사회, 정치, 경제 문제에 대한 민낯을 정면으로 볼게 됐다. 아주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더욱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나를 둘러싼 이 사회게 어떤 갈등을 겪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파악할 수 있었다. 여기서 독서는 내게 관심사를 바꿔주는 기적을 일으킨 것이 아니다. 다만 올바른 분노의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나 하나 달라진다고 해서 바뀔 리 없다 믿으며 피하려고 했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바른 분노를 지닌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정보를 전달해야 현실이 바뀔 수 있는지 고민하도록 했다. 즉, 나 하나 바꿔서 세상이 움직이는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 받았다. 


  지금도 뉴스에 넘쳐나는 많은 갈등들을 감당하기에 벅차다. 나는 무용하고 아름다운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여전히 그런 갈등과 대립은 피하고 싶다. 하지만 나와 갈등을 주제로 대화하는 사람에게 정확히 내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 내 아이가 생긴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의견을 선택하는 것'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에서 교사들이 답이 없는 어려운 논제를 꺼내어 아이들과 토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어려서 모를거라는 어른들의 색안경을 벗고 책임과 사명으로 의견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올바른 정보를 주는 것이 선생님들이 생각한 올바른 독서의 방향이었다. 무분별한 정보가 넘치는 현 시대에, 독서를 매개로 학생들이 문제에 접근하는 올바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그 방향성이다. 나 또한 독서를 통해 그런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꾸준한 독서는 내게 그런 힘을 길러줄 것이라 믿는다.


[함께 읽는 가치]

  책을 함께 읽는 것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경험해보기 전까지 알 수 없었다. 독서모임을 통해 같은 책을 읽고서 의견을 나누었을 때 내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범주의 의견이 나오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나'라는 사람은 이 세상 모든 것을 선택하고 경험할 수 없다. 그것을 실행하기에 인간의 100년 수명은 너무도 짧다. 그 중에서도 고작 25% 남짓한 세월을 살아온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80대 노인과 같을 순 없다. 독서모임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다양한 세대, 다양한 직업군, 다양한 성별, 다양한 위치에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같은 책을 읽더라도 느끼는 것이 모두 다르다. 같은 직업군의 사람들이라해도 그 사람이 살면서 겪어온 경험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또 다른 의견이 나온다. 그래서 독서모임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의견을 접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선생님이 우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단지 학생들이 가야하는 방향성만을 제시할 뿐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독서를 통해 나오는 모든 의견을 수렴하며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사실 자의로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것은 참여하는 사람의 의지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순조로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입시와 경쟁만을 추구하는 이 시대의 학생들에게 '독서'와 '함께 읽는 것'의 가치를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선생님의 노력에 보답하듯 아이들은 잘 따라주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소통하는 것도 인상 깊었다. 무조건 가르침을 주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수용하는 수평적인 관계로도 충분히 제자와 스승의 소임을 다할 수 있는 이상적인 결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자체로 감동적이다.


  '함께 읽기'의 가치는 분명 아이들이 기존 교육 체계에서 배울 수 없는 무언가를 알려줄 것이다. 함께 읽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 이 사회를 이해하는 것. 말로만 들었을 때 허무맹랑할 수 있는 이상향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함께 책을 읽는 일인 것 같다. 책을 읽고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까지의 활동이다. 하지만 내 생각을 읽고 누군가가 또 다른 의견을 가지고 내게 전달하는 것은 더욱 나아가는 활동이다. 그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꾸준히 목적하고자 한다면 분명 나도 '함께 읽기'의 가치를 더욱 실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책은, 함께 읽을 수도 있다. 함께 성장하는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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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엄마의 태교법 - '기질 바른' 아이를 낳기 위한 500년의 역사
정해은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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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교'란 임신으로 생겨난 생명을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교육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태중의 아이에게 하는 교육을 뜻한다. 사실 「조선 엄마의 태교법」을 읽기 전까지 태교에 대한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나는 미혼의 여성인데다가 자녀가 없고, 나의 어머니가 동생들을 뱃 속에 가졌을 적 이야기는 내가 너무 어릴 때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 주위에 임신한 여성을 겪어본 일이 적기도 한데다가 직접 경험해본 적도 없어서 태교는 나에게 먼 이야기였다. 가끔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그런 아주 먼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나도 언젠간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기 때문이었다. 미리 공부한다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책을 통해 알게된 첫번째 사실은 놀랍게도 태교가 전세계의 모든 민족의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질 바른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태중에서부터 교육을 하는 문화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나타난 독특하고 신성한 역사다. 다른 문화와 구분되는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화를 단순하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정리하고 기록하여 남겨야 하는 역사의 한 부분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매우 동의했다. 심지어 오랜 과거부터 전해져온 태교는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태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전통적인 태교에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주로 계승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과거의 태교가 허무맹랑한 가설이 아니라 비교적 과학적이며 납득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또한 전통적으로 계승된 찬란한 문화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아주 먼 과거의 기록을 살펴보면 여성과 관련된 부분에서 태교는 거의 모든 부분에 언급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과거의 사람들이 태교를 중시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내용을 살펴보았을 때 그것이 꽤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심지어 열달의 기간별로 태중에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지에 대한 그림과 설명이 있는 내용을 보면 저절로 신기하고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대 사람들의 의학적 지식이 꽤 높은 수준으로 갖추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기 태교법이 실린 책들의 내용은 대부분 중국왕실에서 넘어온 내용으로 구성되었지만 후기에는 그 기반에 점점 독자적인 의학지식과 경험을 더하여 우리만의 태교법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이와 같이 태교법이 발전하게 된 이유는 바로 '기질 바른 아이'를 낳기 위한 소망이 아닌었나 싶다. 태교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먹고, 몸을 조심하는 것'을 공통적으로 추구한다. 어머니가 느끼는 것을 그대로 태중의 아이가 느끼기 때문에 그 시대 임산부들는 좋은 것만을 보고, 듣고, 먹고자 했는데 이는 지금의 태교법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중간에 불교학적 관점에서 본 태교에 대한 내용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엄마를 통해 복중 아이의 인성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주체가 되어 엄마의 성품을 변화시킨다는 사상이다. 즉, 산모와 아이 모두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것, 성심이 올곧고 바른 마음을 가진 아이를 원한다는 것을 통해 태교의 방향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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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회도 살인사건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5
윤혜숙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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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회도의 의미]

 

조선시대의 계회도란 무엇인가? 계회도란 문인들의 계회 광경을 그린 기록화이다. 풍류를 즐기고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서 조직된 계회를 기념하고 기록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제작되는 그림이다. 계회도를 그리는 화가는 계회에 참석한 인물들에게 각자 나누어주기 위해 여러 장의 계회도를 그렸으며, 계회에 참여한 이들은 나이순으로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골라가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이 소설에서 진수의 아버지 조만규는 자신의 재능을 양반이 아닌 일반 평민들을 위해 베풀었다. 그들이 모임을 추억할 수 있도록 푼돈을 받고 그림을 그려주는 일을 한 것이다. 여기서 떠오른 것이 바로 사진이다.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계회도는 사진의 역할을 수행했다.

얼마 전, 카메라를 구입했다. 살면서 그렇게 큰돈을 들여 갖고 싶은 물건이 있던 적은 거의 없었는데 카메라에는 꽤 욕심이 났다. 꼬박 2년을 고민하고 거금을 들여 카메라를 구입한 일은 사진에 대한 나의 욕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지난 순간을 간직해주는 사진이 소중했다. 그래서 추억 더 선명히 남겨주는데 도움이 되는 카메라가 탐났다. 진수의 아버지이자 환쟁이 조만규는 자신이 그린 계회도에 꼭 ()’자를 새겼다. 지금의 카메라의 역할을 화가가, 사진의 역할을 그림이 했던 것이다. 그것은 추억한다는 뜻의 글자이자 조만규의 그림에만 있는 상징(또는 직인)이다. 후에 진수가 아버지의 뜻을 헤아리고 진정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 때 자신의 그림에 ()’자를 쓰게 된다.

예전에 책에서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조만규에게 그림은 부와 명예를 축적하는 수단이 아닌, 순수한 예술 그 자체의 의미였다. 처음 인간이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와 가장 근접한 가치로 그림을 그렸다. 조만규는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통해 소중한 시간을 추억할 수 있는 본질적인 이유로 그림을 그리는 삶을 추구했다. 비록 처음에는 아들조차 그 뜻을 외면했지만 결국에는 받아들여진다. 여기서 나는 그림이 가지는 예술적 순수함이 부와 명예를 뛰어넘어 얼마나 고귀한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진수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을 도구로 사용하여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는 결말이었다면 예술이 가지는 절대적인 가치가 인간의 욕망에게 패배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저자가 추구했던 것 중에 예술적 가치가 절대적으로 승리한다는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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