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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엄마의 태교법 - '기질 바른' 아이를 낳기 위한 500년의 역사
정해은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1월
평점 :
'태교'란 임신으로 생겨난 생명을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교육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태중의 아이에게 하는 교육을 뜻한다. 사실 「조선 엄마의 태교법」을 읽기 전까지 태교에 대한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나는 미혼의 여성인데다가 자녀가 없고, 나의 어머니가 동생들을 뱃 속에 가졌을 적 이야기는 내가 너무 어릴 때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 주위에 임신한 여성을 겪어본 일이 적기도 한데다가 직접 경험해본 적도 없어서 태교는 나에게 먼 이야기였다. 가끔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그런 아주 먼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나도 언젠간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기 때문이었다. 미리 공부한다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책을 통해 알게된 첫번째 사실은 놀랍게도 태교가 전세계의 모든 민족의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질 바른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태중에서부터 교육을 하는 문화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나타난 독특하고 신성한 역사다. 다른 문화와 구분되는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화를 단순하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정리하고 기록하여 남겨야 하는 역사의 한 부분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매우 동의했다. 심지어 오랜 과거부터 전해져온 태교는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태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전통적인 태교에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주로 계승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과거의 태교가 허무맹랑한 가설이 아니라 비교적 과학적이며 납득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또한 전통적으로 계승된 찬란한 문화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아주 먼 과거의 기록을 살펴보면 여성과 관련된 부분에서 태교는 거의 모든 부분에 언급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과거의 사람들이 태교를 중시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내용을 살펴보았을 때 그것이 꽤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심지어 열달의 기간별로 태중에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지에 대한 그림과 설명이 있는 내용을 보면 저절로 신기하고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대 사람들의 의학적 지식이 꽤 높은 수준으로 갖추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기 태교법이 실린 책들의 내용은 대부분 중국왕실에서 넘어온 내용으로 구성되었지만 후기에는 그 기반에 점점 독자적인 의학지식과 경험을 더하여 우리만의 태교법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이와 같이 태교법이 발전하게 된 이유는 바로 '기질 바른 아이'를 낳기 위한 소망이 아닌었나 싶다. 태교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먹고, 몸을 조심하는 것'을 공통적으로 추구한다. 어머니가 느끼는 것을 그대로 태중의 아이가 느끼기 때문에 그 시대 임산부들는 좋은 것만을 보고, 듣고, 먹고자 했는데 이는 지금의 태교법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중간에 불교학적 관점에서 본 태교에 대한 내용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엄마를 통해 복중 아이의 인성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주체가 되어 엄마의 성품을 변화시킨다는 사상이다. 즉, 산모와 아이 모두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것, 성심이 올곧고 바른 마음을 가진 아이를 원한다는 것을 통해 태교의 방향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