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절개해 낸 헨리의 뇌 부위는 해마였다. 해마는 뇌에서 기억을 만들고 관장하는 부위지만, 당시 의학은 이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헨리 몰레이슨의 사례를 통해 해마 손상이 기억상실증을 야기한다는 것이 비로소 알려지게 되었던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한 의료사고가 뇌과학 발달에 크게 기여한 셈이다.
수술 직후 헨리 몰레이슨은 졸음이 찾아왔을 뿐, 회복력은 좋았다.
하지만 헨리는 더 이상 기억이라는 것을 할 수 없었다. 어제 누구를 만났는지,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 심지어 30초 전에 옆 사람과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조차 금세 잊어버렸다.
- 뇌의 해마가 없어진다면? 42.
나는 뇌과학에 관심이 많다. 막내삼촌 때문이다.
막내삼촌은 경찰관이셨는데, 의원면직되어 현재는 국가유공자이다.
삼촌은 서울에서 강력형사를 하면서 끔찍한 사건을 많이 봤고, 낙향하여 조용히 살고 싶었다.
삼십 대 초반, 시골로 내려와 '막걸리 순사'로 제2의 인생을 살던 무렵.
어김없이 잠복근무를 마치고 귀서하던 중이었다.
삼촌이 선임이어서 후임이 운전대를 잡았는데 밤샘근무가 고된 탓에 졸음운전을 했다.
단순히 가드레일만 박았는데, 문제는 2차 사고였다.
뒤따라 오던 레미콘 차량이 삼촌이 탄 차량을 그대로 들이박고 말았다.
대형차라 피해는 극심했고 막내삼촌은 중환자실에서 몇달을 누워계셨다.
기적적으로 회생했으나, 기억이 말썽을 부렸다.
삼촌은 사고 이전 군번과 입사시험 문제까지 줄줄 말할 정도로 과거에 대해서는 꿰고 있으면서
어제 누가 다녀갔는지, 뭘 먹었는지 물으면 말하지 못했다. 의사는 뇌를 다쳐서 그런 거라고 했다.
결국, 삼촌은 헨리 몰레이슨처럼 해마가 손상된 것이다.
이분법으로 나뉜 삼촌의 기억을 보니, 뇌라는 고깃덩어리가 궁금해졌다.
살아 있는 사람의 뇌를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망막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이다. 망막은 충주신경계의 확장이며 또한 망막의 혈관은 외부에서 수술적 절개를 가하지 않고 신체 내부의 동맥과 정맥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부위이기도 하다. 특히 황반이라고 부르는 곳은 루테인으로 가득 차 있다. 만약 루테인이 부족해지면 시력이 떨어지거나 직선이 곡선처럼 휘어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망막을 통해 식이조절을 시행했을 때 뇌가 루테인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고, 그 결과를 분석할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여러 연구 결과에서 루테인이 노년기에 인지 기능을 촉진했다는 것이다. 신경 회로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 루테인, 눈 영양제가 아니라 뇌 영양제다. 102.
사전에서 검색하면 루테인은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 노화로 인해 감소될 수 있는 황반색소 밀도를 유지하여 눈 건강에 도움을 주며, 과다 섭취 시 일시적으로 피부가 황색으로 변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입사시험을 준비하며 라식 수술을 했다. 이십 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이후로 책을 좋아해 자주 읽다 보니 점점 시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고 수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한번 수술한 눈이라 민감해서 렌즈를 끼면 이물질처럼 느껴져 매우 불편하다.
그래서 '눈 건강'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실감하고 있기에 평소 루테인을 꼭 챙겨 먹는다.
그러나 루테인은 눈 건강뿐만 아니라 뇌 건강을 위해 더 챙겨 먹어야 할 것 같다.
루테인이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