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혼자 여행 어쩌다 시리즈 2
최지은 지음 / 언제나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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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모든 여행이 선물이었다.

인생은 관점을 바꾸면 더 재미난 삶이 주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시기였다. 일상을 살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디론가 공간을 옮기고 나면 새롭게 나타나는 경험을 한다. 그로부터 10년 뒤, 프라하를 다시 찾았다. 10년 전 여행하며 만났던 사람들은 없었지만,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낯선 장소에 가고 색다른 경험을 했다. 역시 감동하고 사랑하고 전율했다. 또한 치유됐다.

- 첫 비행, 초심자의 행운. 19.

'생각의 차이가 행동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생각'이라는 자리에 '신념'이나 '관점'을 넣어도 좋을 것 같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인다. 매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것을 보며 '다른'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이럴 때 '타성에 젖는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타성에 젖었다는 것은 길들여졌다는 뜻이다.

행동으로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에서부터 멀어져야 한다. '지금, 여기'라는 시공간을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시도를 '여행'이라 부른다.

여행지는 낯설다. 낯선 사람을 만나고 낯선 음식을 먹고 낯선 풍경을 본다. 색다른 경험은 우리를 설레게 하고 긴장하게 하고 흥분시킨다. 결국 돌아온 자는 그 전율을 잊지 못해 다시 여행을 떠난다. 작가가 20여 년 동안 방황했듯이 말이다.

어쩌다, 혼자 여행이 켜켜이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며칠간 지켜본 바라나시는 블랙 코미디 같은 곳이었다. 강가든 골목길이든 대로변이든 시장이든, 어디에나 삶과 죽음이 공존했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꽃 장식이 된 시신을 실은 손수레가 지나다니고 바닥은 쇠똥과 오물, 쓰레기 등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돈을 구걸하는 아이와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 상인,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한 그릇당 300원도 채 되지 않는 음식을 먹는 현지인, 길가를 돌아다니는 거대한 소와 그 사이를 비집고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관광객, 다 탄 시신을 거두어 간 뒷자리에서 행여나 금붙이라도 있으려나 유심히 찾고 있는 사람과 밤이면 맥주와 마약을 판다고 치근덕거리는 상인들까지.

- 인도: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바라나시. 55.

인도 바라나시를 요약하면 장르는 블랙 코미디. 분야는 휴머니즘 다큐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기 때문에 블랙 코미디지만 인간적인 처절함과 초연함을 만날 수 있어 휴머니즘 다큐이다.

나에게 바라나시의 첫인상은 '경이로움'이었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북인도에 처음 발을 내딛는 순간, 그 분주함과 시끄러움에 압도되었다. 자동차 클락션 소리는 귀가 따가울 정도였고 어디를 가나,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사람뿐만 아니라 소들도 많았다. 사람과 소와 개가 뒤섞여 묘한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바라나시는 사람만 넘쳐나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도 넘쳐났고 더위도 넘쳐났다. 모든 것이 ' 정도'라는 것을 지나친 듯했다. 하지만 반나절이 지나자, 무질서 속에 질서가 보이기 시작했고 바라나시의 모든 것이 생동감 있게 다가왔다.

바라나시에 적응했다 싶을 때 갠지스강을 찾았다.

어머니의 강, 갠지스를 품은 바라나시는 매일 아침 힌두 의식으로 사람들을 깨운다. 향을 피우고 경전을 외우고 기도를 올리는 그 모습에서 인도 사람들의 믿음을 보았다. 윤회를 믿고 모든 것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인도인들은 참으로 신실하다. 신을 갈망하는 그 모습에 도취되어 바라나시에 있는 동안. 매일 갠지스강 주변을 서성였다.

지금도 갠지스의 그 비릿한 강물 냄새가 코 끝에 남아있는 것 같다.

인도 사람들은 갠지스강을 어머니의 젖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강물은 성수나 다름없다.

갠지스 강 입구에는 강물을 담기 위해 작은 물병 등을 파는 가게가 도처에 있다. 한 청년이 고향에 계신 어머님께 갖다 드린다며 물병을 사서 강물을 담는 모습을 보았다. 흐르는 강물을 담아 품에 간직한 청년의 표정에 평온함이 감돈다. 아마 신과 함께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1년 이상의 세계 여행을 다니는 외국인 여행자들의 열에 아홉은 어김없이 '이란'과 '라오스'를 손꼽는다는 것이다. 라오스는 그렇다 치고 이란이라고 하면 히잡 쓴 여인들, 총 든 군인 이미지뿐이라 다소 의외였다.

"서양의 손길을 덜 탄 곳이 좋아. 사람들이 순수해."

"호객하는 사람들도 없고, 관광지처럼 정신없지 않아."

"사람들에게 반할 테니 가게 되면 기대해."

"화려하고 멋진 문화유산에 깜짝 놀랄 거야."

- 이란: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87.

작가가 이란을 적극 추천하니. 다음 여행지는 이란으로 정했다.

코로나만 끝나면 러시아를 갈 생각이었는데. 이란으로 급 선회했다.

진짜로 사람들이 순수하고, 여느 관광지처럼 정신없지 않나?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당장이라도 여권을 챙겨 이란으로 떠나고 싶은 맘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의 발상지답게 풍부한 문화 유적지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

호전적인 이슬람 문화와 사람을 반하게 만든다는 무슬림도 만나고 싶다.


작가가 여행한 '영국, 인도, 라오스, 말레이시아, 일본, 팔레스타인, 터키, 이란, 노르웨이, 베트남, 이스라엘' 모두

내가 다녀왔거나 다녀오고 싶은 여행지 버킷 리스트 목록이다.

수많은 나라 중에서 인도와 터키와 베트남이 겹치다니...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경험하고 익숙한 이름들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숨어있던 '감각'을 일깨웠다.

여행을 통해 '치유'받았던 기억이 고스란히 되살아나 책을 손에 쥐고 있는 동안 손과 발이 간질거려 참느라 애를 먹었다.

이탈리아 여행 중 카페 계산대 앞에 서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후루룩 마시고 출근하는 이탈리아의 직장인들 모습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매장에서 마시는 커피와 테이크 아웃 커피의 가격이 다르다는 부연 설명이 없어도 '후루룩'이라는 말이 주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행간 사이 생략된 느낌과 분위기를 그곳에 다다른 경험이 있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는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어떻게 43개 나라를 여행할 수 있었지...

부럽고 또 부럽다. 내가 시간여행자라면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닐 자유를 다시 얻고 싶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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