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우리가 서로 교감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인간관계에 힘과 활력을 불어넣는다. 프랑스 작가 앙드레 모루아는 행복한 결혼 생활이란 '항상 너무 짧게 느껴지는 긴 대화'라고 말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나오는 여주인공들은 잠재적인 구혼자에 관해서 "그 남자가 말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라고 자주 물었다. 남자의 말수가 적으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 대화가 까다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이유. 66.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브래트 피트를 만나기 전 그동안 헤어진 남편들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남편과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혼을 결심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그 기사를 읽은 시점이 결혼 전인지. 후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당시로서는 '대화 부족'을 이혼 사유로 지적한 안젤리나 졸리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게 뭐 중요해? 대화가 아니더라도 부부라는 연으로, 정으로, 얼마든지 살 수 있잖아.. ' 괜히 안젤리나 졸리가 유난을 떤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나에게도 경험이라는 것이 쌓이자 깨닫게 되었다.
소통의 부재가 대화 단절을 낳고 결국은 소외와 결핍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제는 안젤리나 졸리가 한 그 말의 참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화는 '너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아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가 없다. 한 길 물속은 알아도 천 길 사람 속을 모른다는 말은 대화를 하지 않아 생긴 결과이다.
연애할 때는 굳이 대화가 없더라도 1분이 1초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결혼은 무덤이라서 그럴까.. 결혼과 동시에 부부는 점점 죽은 사람들처럼 말이 없게 된다.
그런 점에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너무 짧게 느껴지는 긴 대화'라고 묘사한 프랑스 작가의 말은 결혼생활에 대해 특히 결혼한 부부에 대해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부부간에 '돈'과 '아파트'이야기 말고는 할 말이 없는 현실이 슬프다. 자식 교육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싸우게 되니, '교육'은 어느새부턴가 부부간 '금지어'가 되었다. 교육철학이 다르다 보니 대화하다가 대폭발하게 되는 경험을 여러 번 겪었다. 대화 주제가 한정되다 보니, 제인 오스틴이 말했듯 '그 남자가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예전에는 과묵한 남자가 좋았는데 지금은 수다스러운 사람이 좋다. 물론 그녀가 말한 '말을 많이 하는 남자'는 말만 많은 남자가 아니라 대화를 잘 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리라.
단순한 대화 말고 '의미 있는 대화' 말이다.
말과 행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야기할 때 보이는 '태도'다. 상대방을 얕보듯이 말하지 않고 따뜻한 태도를 보이면 대화가 편안하게 흘러갈 수 있다. 상대방과 거리를 두는 대신 그를 존중하면 상대방이 우리와 이야기할 확률이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대신 그에게 감사를 표하면 대화로 향하는 문이 열려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말투'가 대화를 회전하게 하는 중심축의 역할을 한다.
- 말하는 내용보다 그 말을 하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 69.
우리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 기분이 태도가 되어 버리면 기분 좋을 때는 기분 좋은 말을 하기 때문에 괜찮은데, 기분 나쁠 때 나오는 말은 주워 담을 수도 없어서 돌이 킬 수가 없다. 우리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그 내용보다 '방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인의 남편은 이야기할 때 핸드폰을 보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밥을 먹을 때나 이야기를 할 때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태도를 보며 지인은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생각했고 이 점을 남편에게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말해. 다 듣고 있어."라고 했다고 한다. 어느 순간 본인도 남편이 이야기할 때 핸드폰을 보며 이야기하게 되었고, 그렇게 부부간의 대화는 뜸해지고 결국 담을 쌓는 부부가 된 것 같아 돌이키고 싶다는 하소연이었다.
과연 이들 부부에게 문제는 핸드폰이었을까?
글을 읽으며,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눈을 바라봐'라는 유행어가 있다. 무슨 말을 시작할 때 "내 눈을 바라봐"를 노래하며 주의를 환기 시킨 후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아마 눈을 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교감하며 대화하는 것에 효과적이라 '눈'을 강조한 게 아닐까 싶다.
우리의 대화는 회전이 되어야 한다. "너는 말해라~ 나는 들을 테니..." 듣기만 하려는 지인 남편의 태도는 회전이 아니다. 대화는 주고받아야 한다.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 의미 있는 대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