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와 그의 아내 - 딸의 시선으로 되새겨보는 부모님의 말과 생각들
이경혜 지음 / 미다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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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니 참 좋았다.

"샘이 있는 줄 어떻게 알았어?"

"에잇. 그걸 어떻게 알아!"

"어? 진짜? 우리 집 물 참 좋았었는데?"

"허허. 미칼라! 나올 때까지 파는 거야.

4길을 파야지 하고 계획하고 파는 게 아니라 4길까지 팠는데 물이 나온 거지."

- 목수가 되기 전 어린 나의 아빠. 36.

인생은 그런 것이다.

계획하고 파는게 아니라, 팠는데 물이 나온 것이다.

삶의 이치를 조금만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그 많은 계획들을 수고스럽게 짜지 않았을텐데...

삶은 단순해야 한다.

삶은 목수의 손처럼 투박해야 한다.

'목수가 되기 전 어린 나의 아빠'를 읽으며 소리 죽여 울었다.

돌아가신 '나의 아빠'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의 아빠는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어 치이고 부대끼는 삶을 살다가 한순간 허망하게 돌아가셨다.

책을 읽으며 아빠를 위한 회고록을 써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칼라가 부모님과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보물처럼 반짝이는 삶의 답들을 본 것처럼, 아빠를 추억하며 남겨진 내 인생에 등대를 만들고 싶다.

"미칼라. 생각해 봐라. 척과에서만 살다가 천리 길이나 떨어진데 와서 아는 사람 아무도 없이 얼마나 외로웠는지 몰라. 그리고 내가 말 한마디라도 할라치면 동네 사람들이 막 웃는 거야. 경상도 사투리 쓴다고. 그러니까 말도 한마디 제대로 못 하고, 밥도 못 먹고... 너무 힘들었어. 어느 날은 여기가 어딘가 싶을 만큼 정신이 아득해졌다니까."

- 목수와 그의 아내가 되다. 109

목수 아내의 고백에서 신혼생활의 달콤함보다는 씁쓸함이 느껴졌다.

천리길 떨어진 곳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같은 여자이자 기혼자로서 목수아내의 독백이 남의 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결혼을 인생의 무덤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목수와 그의 아내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미칼라도 없었을 것이고 이 책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틀인가 삼일인가 만에 바로 퇴원해서 그럴 거야."

"왜 그렇게 빨리 퇴원했어?"

"일해야지. 일을 해야 모든 게 돌아가지."

- 513-7번지. 226.

목수와 그의 아내에게 일은 생계를 위한 수단이자, 종교이다.

그들에게 일은 신앙과 같다.

절단 된 손가락은 일주일 정도 치료를 잘 받으면 신경이 살아날 수 있었다.

그러나 목수는 퇴원한다.

톱질과 못질을 해야 육성회비도 내고 쌀도 팔아 먹기 때문이다.

일을 해야 모든 것이 돌아가는 현실에서 휴식이 아닌 휴양조차 목수에게는 사치이자 이단이었다.

"거기 나오는 노인네들이 젊었을 때 로망이 뭐냐고 서로 묻더라."

"뭐라고 했는데?"

"열심히 일해서 토끼 같은 새끼 기르고 마누라랑 둘이 사는 거라고 하더라."

"엄마 로망은 뭔데?"

"나도 그렇지 뭐."

- 돌아보니 50년. 256

여기까지 읽었을 때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목수가 되기 전 어린 나의 아빠'부터 누르고 눌렀던 눈물이었다.

목수와 그의 아내. 영화 속 '로망'의 두 노인, 그리고 우리 부모님, 지금의 내 모습이 오버랩 되며 '사는거' 그게 뭔지...

결국 '사는거' 그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온 거였다. 살아 남은 것이다.


이 책은 맏딸인 미칼라가 부모님에게 바치는 헌정서이다.

목수와 그의 아내는 가난한 우리 시대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상징한다.

그 시절 가난했지만 젊었고,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흔히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엮으면 지구를 한 바퀴 돌아도 모자란다'라고 말한다.

제각기 살아온 인생의 길이만큼 책의 무게도 묵직하다.

깊이가 다른 삶을 산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꾸렸다.

이 책은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목수와 그의 아내이다.

책을 읽는 내내 먼지 쌓인 추억들이 현재 시점으로 다시 소환되는 기분을 느꼈다.

'운동회 때 할머니가 사 온 갈색 통닭, 달리기를 못해 참가상처럼 나눠주는 공통의 그 한 권, 체했을 때 엄지손톱 밑을 꼭 찌르면 나오는 시커먼 피'가 그러했다.

목수와 그의 아내가 부럽다.

자신들을 애틋하게 사랑하는 큰 딸 미칼라가 있으니..

작가는 보고, 듣고, 쓰는 모든 과정이 인생의 중간 정산과 같았다고 표현했다.

부모님에게 작가가 보물이었고, 참 좋은 시간이었듯이 우리에게 우리의 아이들도 보물이고 이 시간이 참 좋은 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모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한 누군가가 이 책을 읽는다면 아련하고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나처럼 소리 죽여 울다가 소리 내어 울 수도 있겠다.

부모님의 넉넉한 품과 끝없는 사랑을 느끼고 싶은 모든 분께 추천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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