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한 책방 필로뮈토 1 : 첫 번째 고민 내 마음 - 김헌의 신화 인문학 동화 신통한 책방 필로뮈토 1
최우빈 그림, 서지원 글, 김헌 기획 / 아울북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화는 인문학의 뿌리이다.

부유했으나 오만했던 고대 그리스 테살리아의 왕 에리식톤은 어느 날 데메테르의 신성한 참나무를 멋대로 베었다. 신은 노여움에 차서 그에게 '배고픔의 저주'를 내린다. 꿈속에서도 먹을 것을 갈망했고 먹으면서도 참을 수 없는 배고픔에. 가사를 탕진하고 아내와 딸마저 팔아 식량을 사들였다.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에 끝에는 자신의 육체까지 먹어 치웠기에 종국에는 그의 이빨만이 남았다.

그리스 신화 속 에리식톤의 욕망은 현대인의 욕망과 다르지 않다.

김 과장의 인생 최대 목표는 월세 탈출-내 집 마련-더 큰 내 집 마련이다. 김 과장은 자신의 피와 살이 깎이는지도 모른 채 오늘도 회식에. 야근에. 주식에. 부동산에 올인하며 부를 축적한다.

김 과장에게 돈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이다. 어제의 김 과장이 과로사로 숨졌다면 오늘의 김 과장은 어제의 김 과장을 밟고 다시 일어선다. 좀비처럼 넘쳐나는 김 과장.

우리는 김 과장의 다른 얼굴일 뿐이다.

인간의 욕망이 신화 속 에리식톤에게 투사되었다.

모든 신화 속 인물들은 인간 욕망의 화신이다.

그러나 신은 인간과 달리 죽지 않으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인간은 언제나 신들의 영역을 동경해 왔기에 이 땅에 태어난 순간부터 신을 만들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노래했다.

책을 읽으며 내가 좋아하는 에리식톤 이야기가 '신통한 책방 필로뮈토' 시리즈에서 언제쯤 나올지 궁금해졌다.

이 책 '첫 번째 고민 내 마음'에서는 제우스, 헤파이스토스, 헤라클레스가 등장한다.

아직 다른 신들은 고민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지 않았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가 자고 있는 헤라의 젖을 물려 불사신이 되었는데, 헤라의 젖을 어찌나 세게 빨았던지 헤라가 잠에서 깨며 비명을 질렀고 이때 헤라의 젖이 멀리 뿜어져 나가 '은하수'가 되었다. 은하수는 영어로 밀키웨어이다.

네메아 계곡의 사자 잡기 등 열두 가지 과업을 마친 헤라클레스는 마침내 최고의 영웅이 되어 신이 아님에도 신의 자리까지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자기 힘과 감정을 잘 조절한 결과이다.


국어사전에서 '신통하다'를 검색하면 '신기할 정도로 묘하다'. '효험이 빠르고 훌륭하다'. '신묘하게 아는 것이 깊고 통달하다'로 검색된다.

그러나 나는 '신통한'을 '신과 통한다'라고 해석했다.

전지전능하신 신이라고 해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욕망하고 질투하고 번뇌하고 후회한다.

우리는 누구나 책방을 찾아온 손님들처럼 '신통한 책방'의 문을 두드려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다.

신화 속 인물들이 역경을 이겨내고 고민을 해결한 것처럼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가진 그 고민이 아주 사소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신화에서 지혜를 얻길 바란다면

이 책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