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의 뿌리, 전문 학교
김자중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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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서양의 대학이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것에 비해

한국 대학의 뿌리가 고작 100년 전에 머문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1808년 나폴레옹 시대부터 시작된 유서 깊은 시험인 프랑스의 대학 입학 자격시험 바칼로레아는

대학의 전공 분야에 따라 계열별로 시행되지만, 계열과 상관없이 불어, 외국어, 역사와 지리, 수학, 철학은 공통 필수과목이다. 그런데 그 시험 가운데 유독 철학 과목에 프랑스 국민 전체의 관심이 집중된다.

국민 전체가 철학 문제를 각자 한 번씩 생각해 보는 사유의 화두라 여기기 때문이다.

바칼로레아에서 철학은 비중이 가장 높은 과목 중 하나다. 4시간 동안 3개 주제 중 1개를 선택해서 논문 형태로 작성해야 하는 철학 시험의 논제는 프랑스의 지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인식된다.

프랑스에서 철학적 문제는 주요 관심사 범위 안에 들어온 일상의 고민이다.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고, 바람직한 것도 아니지만, 오늘날 프랑스를, 특히 그들의 문화적 정치적 수준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카자흐스탄의 통학 국민 시험은 우리나라의 대학 수학 능력 시험과 비슷한데, 필수 3과목과 선택 2과목으로 이루어지며, 1교시에 수학, 독해력과 카자흐스탄 역사를 시험 본다.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학들은 별도의 입학시험을 통하여 학생을 선발한다.

우리나라의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은 학생들이 모든 과목을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통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목적으로 1994년부터 시작되었다. 수능시험 도입 초기에는 주관식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채점의 편의 등을 위해 결국 전체 문제를 객관식 유형으로 결정하였다.

최근의 수능은 문과와 이과를 통합한 취지를 반영하고 학생들의 수험 부담 완화 및 과목 선택권을 강화하여 대학의 수능 위주 대입 전형을 지원하는 취지에 부합하게 개편되었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카자흐스탄의 통학 국민 시험, 대한민국의 대학 수학 능력 시험 모두 대학의 입학 자격을 검증하는 시험이다. 대학이 뭐길래? 우리는 왜 사립보다 국립을 선호하고, 기를 쓰고 대학에 가려는 걸까?


오늘날 한국에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대학 중에는 그 전신이 전문학교인 경우가 많다. 전문학교는 당시 일본 고등교육기관의 한 유형인 전문학교를 참고해서 설립된 학교다.

전문학교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것은 식민지 고등교육 체제를 살펴보는 것과 같다. 해방과 함께 전문학교의 시대가 저물고 대학의 시대가 열렸다.

한국의 대학이 '대학'이 아닌 '전문학교'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중 일부는 일제 강점기 전문학교가 해방 후 대학으로 승격한 것이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는 대학의 구조가 서열화되었고, 이는 극심한 입시 경쟁을 낳았다. 대학은 학벌주의를 야기했고 중등학교를 입시 교육의 장으로 변질시켰다.

우리는 '대학의 위기'를 우려한다.

서울대학교를 정점으로 하는 고착화된 서열 구조가 차열한 입시 경쟁을 낳았고 입시경쟁 속에서 창의성이나 독창성이 발현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가뭄에서 콩 나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대학의 위기는 교육의 위기이고, 교육의 위기는, 미래의 위기이다.

과거에는 교육이 백년지대계였지만, 빠른 변화의 싱귤래러티 시대에서는 십년지대계로 그 기간이 단축되었다.

교육은 미래사회 인적자원 개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미래 환경 변화와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교육계의 할 일이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대학의 위기는 하루아침에 생겨난 문제가 아니다.

대학의 위기를 역사적인 지평 위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고 이는 현실의 문제를 그 문제가 생겨난 원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따져 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다시 말해 한국의 대학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우리의 교육체제는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인지, 대학의 위기에서 과거의 상관관계는 무엇인지, 전문학교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그런 물음에 답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우리는 글로벌 인재 포럼 2021에 참석한 세계 오피니언 리더들의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5가지 제안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상명하복 조직문화 혁신을 통한 인재 지키기

둘째, 탄소 중립 신기술 개발과 산업 혁신

셋째, 유행 아닌 사회 변화로서 메타버스 수용

넷째, ESG 개선은 차별 시정과 다양성 존중

다섯째, 인공지능 빅테이터 기반 맞춤형 교육과 메타버스 활용 등이 그것이다.

위기는 기회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

준비는 뿌리부터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전문학교라는 뿌리에서 대학이라는 줄기가 생겨났으니, 다시 전문학교로 돌아가 원점에서 출발하면 된다.

한국 대학의 뿌리, 전문학교가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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