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장마르크 로셰트 지음, 조민영 옮김 / 리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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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양치기 하면 알퐁스 도데의 별에 나온 양치기를 떠올린다.

주인집 아가씨에 대해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순박한 양치기.

혹은 베를레헴 들녘에서 양을 돌보는 양치기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양치기는 완전히 딴판이다.

주인공 가스파르는 가족들의 불행으로 인해 통분의 삶을 사는 양치기이다.

늑대를 '절대 악'으로 규정하며 끝장내려 한다.

책은 늑대와 양치기의 대결을 그렸다.

아니, 야생과 인간의 대결을 그렸다.

굶주린 여석은 어미 몸의 상처를 핥으며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피를 빨아댔다.(13)

어린 늑대는 제 어미를 죽인 자에게서 익숙한 냄새를 느꼈다.(32)

늑대란 동물은 멀리서도 인간 냄새를 맡지. 그리고 항상 한발 앞서 있어.(54)

늑대는 한때 인간과 더불어 가장 번성했던 포유류였다.

달은 그들의 태양이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숲에 사는 그들은 사람과 비슷했다.

달의 여신은 그들에게 인간에 필적할 만한 지능을 주었고 인간은 그들을 두려워하며 미워했다.

늑대는 10여 마리 이상 무리 지어 공동체로 생활한다.

짝을 맺은 수컷과 암컷은 평생을 함께 한다. 일부일처인 것이다.

어미뿐만 아니라 다른 늑대들도 새끼를 함께 보살핀다. 공동육아 시스템이다.

늑대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 늑대에게 주어진 임무는 '공동체의 생존'이다.

무리 안에서 싸움이 벌어질 때 우두머리는 폭력이 아닌 장난으로 상황을 제압한다.

싸우고 있는 늑대 중 힘이 센 늑대에게 장난을 걸고 장난을 통해 동료를 향했던 공격성을 잊게 하는 것이다.

먹잇감을 구하기 힘든 겨울, 우두머리 늑대는 혼자 길을 떠난다.

무리의 생존을 위한 굶주림의 여행으로, 우두머리의 정탐은 굶주린 채 3~4일이 계속되기도 한다.

우두머리는 사냥감의 흔적을 발견하면 울부짖어 무리를 부른다.

적당한 사냥감을 발견하지 못한 우두머리가 울부짖는다. 무리에 대한 슬픔과 걱정을 담은 울음이다.

이어지는 무리들의 울음에는 우두머리에 대한 격려를 담은 메시지가 담겼다.

우두머리가 무리의 신뢰를 잃으면, 새로운 우두머리가 나타나는데 모두의 동의를 얻은 늑대이다.

싸움에 능하고 난폭한 늑대는 우두머리가 될 수 없다.

우두머리의 난폭함으로 무리를 떠나는 늑대들이 많아지면 공동체가 와해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생한 만화로 구성된 이 책을 다양한 관점으로 읽을 수 있다.

앞서 책은 늑대와 양치기의 대결이 아닌 야생과 인간의 대결을 그렸다고 해석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주인공 가스파르가 늑대와 벌이는 분노 가득한 싸움이 늑대같이 변한 가스파르의 아픔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이 둘이 화해하는 것을 그려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두 마리 짐승은 생명의 고귀한 온기에 취했다(94)는 단지 18글자로 구성된 문장인데

이 말이 주는 울림은 매우 크다. 두 마리 짐승. 결국 너와 나는 다를 바 없는 상처 입은 영혼들이다.

가스파르와 늑대는 운명 공동체이다.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추위와 굶주림에서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고귀하고 아름답다.

자연은 우리에게 한없이 베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스파르에게 동상을 주고 환각을 보여주며 무섭게 다그친다.

'버텨도 소용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둠 속에서 별은 빛난다.



오늘은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일이다.

새로운 리더를 뽑는 날인 것이다.

절묘한 시기에 '늑대'를 읽었다.

생명을 위한 손길을 내밀 자 늑대일까? 인간일까?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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