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계획이 '라면 끊기'였다.
파송송 계란이 들어간 라면은 나의 최애 힐링템이다.
고백하면 나는 라면충이다
라면과 나의 역사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지 깡촌에 살던 나는.
제법 공부를 잘해서 중학교 때부터 도시로 나와 고달픈 타지 생활을 시작했다.
배는 고픈데 먹을 것이 없었다. 엄마도 없었다.
육체적 굶주림과 정서적 굶주림이 동시에 찾아왔다.
그때 나를 달래준 건 후루룩 짭짭. 라면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질리도록 먹었는데 여전히 나는 라면이 좋다.
비가 오면 국물이 땡기니까 라면.
회식 후 숙취해소가 필요하니까 라면.
챙겨 먹기 귀찮으니까 라면.
찬밥이 남았으니까 라면.
저녁에, 주말에. 혼자 있을 때 라면과 함께 라면. 행복했다.
그러나 나이가 나이인지라.
입에서는 좋은데 속이 부대낀다.
라면을 먹은 다음날은 어김없이 반지가 손가락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작년 계획이 라면끊기였다.
결과는.... 실패!!
라면 먹는 일이 습관이 되어 버린 탓이다.
습관이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방식이다.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우리는 수많은 습관 속에서 살고 있다.
내가 무의적으로 하는 행동은 모두 나의 습관이다.
이런저런 핑계로 공허할 때 라면을 찾는 것.
아침에 일어나면 물을 마시는 것.
음악을 들으며 설거지를 하는 것.
9시가 되면 증권사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
매일 하는 수많은 행동들은 '습관'이라는 형태로 세트 메뉴화된 것들이다.
이러한 행동은 의식이 관여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작동 가능하기 때문에
한번 고착화된 습관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 책은 그래서 읽게 되었다.
올해에는 기필코 라면을 끊고 싶어서...
습관의 알고리즘에서 벗어나고 싶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한다.
이 책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