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 비움은 자유다, 새롭게 정리한 개정증보판
김세중 지음 / 스타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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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여백의 힘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것, 일상에서 쉼표 같은 무언가, 그럼으로써 진정으로 소중한 무언가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무소유는 삶을 비우는 작업이라기보다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을 채우기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외부에서만 답을 찾던 이들에게 이 책은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준다.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이라는 두 거목의 가르침을 재구성한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무소유라는 화두를 현대인의 언어로 풀어낸다. 책은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비움이 어떻게 실질적인 자유로 이어질 수 있는지 탐구하며, 우리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책 속에서 묘사되는 성철 스님의 무소유는 철저한 존재론적 자각과 엄격한 수행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우리 내면에 이미 존재하는 본래의 깨달음을 가로막는 집착과 분별심을 끊어내는 것에 집중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는 그의 일갈처럼, 있는 그대로의 진리를 마주하기 위해 나를 둘러싼 허상을 걷어내는 과정이 곧 그가 보여준 무소유의 길이다. 타협 없는 수행자의 면모는 무소유가 내면의 근원을 회복하기 위한 치열한 정진임을 보여준다.

법정 스님은 이와 결이 다른 일상적이고 부드러운 무소유의 미학을 보여준다. 그는 불필요한 것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통해 비움의 향기를 증명했다. 낡은 옷을 고쳐 입고 길가에 피어난 제비꽃의 신비에 감동하는 그의 시선은 소유를 줄인 이만이 누릴 수 있는 풍성한 존재감을 역설한다. 인세를 나누고 이름조차 남기지 않으려 했던 그의 실천적 삶은 무소유가 삶의 형식을 바꾸는 결단임을 깨닫게 한다.

책은 비움을 일종의 생활 기술로 치부하는 경향을 경계한다. 마음의 독소인 탐욕과 분노를 비워내지 못한 채 겉모습만 정리하는 것은 진정한 비움에 닿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비움이 곧 방향 전환임을 강조하며, 무언가를 더 얻어야만 완전해진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이미 내 안에 갖춰진 충만함을 발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비움의 과정은 때로 불편하고 고독할 수 있다. 나를 지탱해주던 소속감이나 소유물이 사라질 때 느끼는 불안은 피하기 어렵지만, 그 지점을 통과할 때 비로소 나답게 사는 감각이 살아난다. 속도를 줄이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행위이며, 삶의 밀도는 소유의 부피가 아닌 존재의 깊이에서 온다는 사실을 책은 담담하게 설득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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