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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을 먹어도 신경 쓰지 않는 사고방식 - 상처 주는 말에 작아지지 않기 위해
호리 모토코 지음, 박수현 옮김 / 파인북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책을 펼친 순간부터 느껴졌던 감정은 ‘드디어, 지금 내 상태에 필요한 이야기를 만났다’는 묘한 직감이었다. 사회 속에서 관계라는 이름으로 무수한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나는 그 작은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예전엔 웃고 넘기던 말에도 쉽게 불쾌해지고, 누군가의 표정 하나에 오래 시달리게 된다. 쿨한 척을 아무리 해봐도, 내면의 파도는 자주 출렁인다.
이 책은 그런 나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데서 출발한다. 단순히 “신경 쓰지 마세요”라는 말로 위로하는 식이 아니다. 우리가 왜 그토록 타인의 말과 시선에 흔들리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 심리적 구조를 하나씩 풀어간다. 나를 갉아먹던 생각들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짚어주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차근히 보여준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우리가 가진 ‘사고방식’이라는 습관을 훈련으로 바꿔갈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들 멘탈은 타고나는 거라 여기지만, 이 책은 그것이 생각의 패턴, 곧 뇌의 버릇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뉴스 소비, 말의 해석, 타인의 감정을 내 감정처럼 받아들이는 습성 등, 우리가 일상에서 반복하는 사고 루틴을 들춰보며 이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와 닿았던 구절은 “사실은 바꿀 수 없어도, 감정은 바꿀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 문장은 어쩌면 내가 지금껏 외면해온, 그리고 이제는 인정해야 할 삶의 태도와 연결되어 있었다. 누군가의 무례한 한마디에 잠을 설치고, 사소한 댓글 하나에 하루가 망가지는 그런 날들 속에서도 ‘감정은 선택할 수 있다’는 이 사실은 적지 않은 위로가 된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마음 한 구석이 좀 가벼워졌다. 세상은 달라지지 않지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이 책은 내게 위로를 준다기보다는, 내 안의 힘을 끄집어내는 도구였다. 내일은 좀 더 담담하게, 누군가의 말에 덜 휘둘리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고단한 관계 속에서 상처를 덜 받기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이 책은 꽤 현실적인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