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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마 야요이, 왜 호박을 자꾸 만드는 거야? ㅣ I LOVE 아티스트
파우스토 질베르티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책은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삶과 예술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소개하는 그림책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파우스트 질베르티는 쿠사마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단순화된 그림과 간결한 문장으로 풀어내, 어린이들이 예술가의 내면과 창작의 동기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다.
책은 쿠사마의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된다. 일본 마쓰모토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환각과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다. 어머니의 붉은 꽃무늬 식탁보에서 시작된 환영은 훗날 그녀의 작품 속 물방울 무늬로 이어지며, 반복과 증식이라는 독자적인 미학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처럼 개인적인 경험이 예술로 치환되는 과정은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쿠사마의 대표작인 '호박'도 책 속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작가는 호박을 "애교가 있고, 야성적이며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지닌 존재로 묘사하며, 그녀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는 상징적 대상이라고 표현한다. 호박은 그녀의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재현되며, 친근하면서도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질베르티는 쿠사마의 빨간 단발머리와 물방울 무늬 옷, 강렬한 색감의 작업들을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로 구현해내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하지만 책은 쿠사마의 예술 세계를 비교적 단편적으로 다루고 있어, 그녀의 작업에 내재된 강박, 심리적 깊이, 존재론적 질문 등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를 소개하는 훌륭한 출발점이 된다. 아이들이 그녀의 작품에 흥미를 느끼고, 나아가 예술의 세계로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도록 여지를 열어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