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따뜻한 대화가 힘들까 - 감성부터 파고드는 8가지 말하기 도구
로베르트 버디 지음, 김현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40년 넘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수천 번의 인터뷰를 경험한 로베르트 버디는, 이 책을 통해 “대화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깊이 다가간다. 그에게 대화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감정과 관계를 다루는 섬세한 작업이다. 나는 대화란 본래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전략 있는 대화’가 결코 인위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관계를 살리는 중요한 도구일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책은 질문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말하려는가? 내 감정은 무엇이며, 상대의 감정은 어떤가? 이처럼 감정적 맥락을 중심에 둔 접근이 핵심이다. 특히 “대화의 목표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말보다 관계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과거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그 말은 굳이 할 필요가 없어서 하지 않았다”—을 접했을 때처럼, 말에는 ‘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저자는 감성지능에 기반한 여덟 가지 도구를 제시한다. 감정, 상냥함, 관련성, 욕구, 서사, 눈높이, 침묵, 현재. 이들은 단지 기술이 아닌 태도이며, 특히 “눈높이”와 “현재”의 중요성은 건축가로서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상대할 때도 절실히 느껴왔던 지점이다. 또한 버디는 “대화는 결국 1:1의 일이며, 눈을 마주치며 시작된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상대에게 몰입하는 것, 그것이 따뜻한 대화의 출발점이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실질적인 팁도 제시된다. 예를 들어 불편한 사람과 대화할 땐 반려견이나 사랑하는 가족과 이야기하는 상상을 해보라는 것. 처음엔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면 몸이 느슨해지고, 표정도 누그러지는 걸 경험하게 된다. 내가 지금 이 말로 상대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무엇을 가져가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말하는 태도, 그것이 바로 다정한 대화의 핵심이다.

“다정한 대화만이 살아남는다.” 이 책이 주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우리는 ‘다시’ 대화를 잘하고 싶은 게 아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짜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던 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