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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행복학 - 정신과 의사, 향기와 행복을 말하다
이상훈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책 후각행복학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조향사, 그리고 아로마테라피스트인 저자가 후각의 진화와 발달 과정을 설명하며, 우리가 기억과 감정, 쾌락을 경험하는 방식에 후각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한다. 책은 단순히 향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 에센셜 오일이 우리의 뇌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룬다. 우울증, 불안, 불면증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에센셜 오일을 제시하지만, 그에 앞서 왜 우리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한 의학적, 과학적 설명을 먼저 제공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함께 소개한다.
책에서는 특정한 냄새나 맛이 과거의 기억을 즉각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현상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설명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이 마들렌 과자를 홍차에 적셔 먹으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는 장면에서 유래한 이 개념은, 우리 일상에서도 익숙한 경험이다. 광고에서 특정한 향을 맡고 누군가를 떠올리는 장면 또한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의 후각은 진화 과정에서 점점 퇴화해 왔지만, 여전히 감정과 기억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는 신체의 여러 신경 회로와 호르몬 작용을 통해 조절되지만,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코티솔 수치가 증가하면서 불안과 우울 증상이 심화되고 기억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에 대한 해결책 중 하나로 저자는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는 에센셜 오일을 소개한다. 코티솔을 감소시키는 오일로는 스위트 오렌지, 베르가못, 일랑일랑, 로즈, 프랑킨센스, 제라늄 등이 있으며, 가바 분비를 촉진하는 오일로는 라벤더, 베르가못, 레몬그라스 등이 있다. 이 두 가지 유형의 오일을 함께 블렌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숙면은 다양한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며, 멜라토닌, 가바, 세로토닌 등은 수면을 유도하고,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은 각성과 관련이 있다. 불면증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신체적 요인(호흡곤란, 통증), 정신적 요인(우울, 불안, 스트레스), 그리고 생활습관 요인(불규칙한 수면 습관, 과도한 카페인 섭취 등)이 있다. 불면증이 지속될 경우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며, 침실 환경을 조용하고 어둡게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라벤더, 마조람 스위트, 스위트 오렌지, 베티버, 로만 캐모마일, 베르가못, 네롤리와 같은 에센셜 오일이 숙면에 효과적이다.
우울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세로토닌을 증가시킬 수 있는 자연적인 방법들을 고려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트립토판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닭고기, 생선, 달걀, 유제품, 견과류 등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특히, 탄수화물과 함께 섭취하면 트립토판이 대뇌로 더 쉽게 전달되어 세로토닌 생성이 증가한다. 운동 역시 기분 개선에 효과적이며, 특히 유산소 운동이 가장 일관된 결과를 보인다. 명상을 통해 긍정적인 사고를 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되며, 햇빛을 충분히 쬐는 것도 세로토닌 증가에 기여한다.
도파민 또한 감정 조절과 쾌락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 도파민을 증가시키는 에센셜 오일로는 로즈마리, 클라리 세이지 등이 있으며, 특히 클라리 세이지는 ‘행복 유도 오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긍정적인 기분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BDNF(뇌유래 신경영양인자)라는 물질이 우울증에서 감소되는데, 로즈마리와 레몬 오일을 블렌딩하여 사용한 실험에서 인지 기능과 우울 증상이 호전된 사례가 소개된다.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도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숲속에서 느껴지는 상쾌한 공기의 비밀은 ‘피톤치드’에 있으며, 이는 식물이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휘발성 물질로 스트레스 완화와 심리적 안정에 기여한다. 비 온 뒤의 흙냄새는 ‘페트리코르’라고 불리며, 토양 속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향으로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 중 하나다.
책에서는 공간별로 적절한 에센셜 오일을 추천하기도 한다. 침실에는 라벤더 오일이 적합하며, 바닐라 오일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공부방이나 서재에서는 로즈마리, 유칼립투스, 페퍼민트 같은 오일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며, 화장실에는 티트리나 시트러스 계열 오일이 적합하다. 거실에는 라벤더, 오렌지, 베르가못 같은 오일이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유용하고, 주방에서는 레몬 오일이 공기 정화에 효과적이다.
책을 읽으며 후각이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감정과 기억, 신체적 건강에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우리가 무심코 맡는 향이 사실은 정신적인 안정과 감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생활 속에서 향을 더욱 의식적으로 활용해 보고 싶어졌다. 불안을 줄이고 숙면을 돕는 향, 집중력을 높이는 향, 기분을 좋게 만드는 향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더 행복한 삶에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