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동물학교 1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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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양. 맷. 블랭키. 아키.
비스콧. 카마라. 머루와 함께







네이버 월요웹툰 <환생동물학교>가 단행본으로 나왔다. <환생동물학교>는 엘렌 심이 그리고 쓴 웹툰으로 제목 그대로 동물들이 인간으로 환생하기 전 인간에 대해 배우는 학교를 그려낸 만화다. 소재가 독특해서일까, 마치 내가 환생동물학교에 들어가 일상을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AH-27반의 귀여운 친구들의 시간 속에 들어갔다. "쉬운 반"이라고 생각했던, "인간으로 환생하려는 동물들이 꼭 거쳐가야 하는 곳이자 인간의 삶에 대해 배우고 동물의 본성을 지워나가는 곳"으로.





"언제나 착한 동동이는 사람이 되는 거야?"
사모예드가 생각나는 동동이를 향한 질문이 <환생동물학교>의 세계를 여는 시작이었다. 늘 착하게 사는 동물들이 만약에 환생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순수한 질문이 만든 이야기는 순수함을 볼 수 있어 좋았고, 나의 때묻은 생각을 되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리숙한 선생님은 갑자기 AH-27로 오게 된다. 그것도 첫 부임으로. 쉬울거라 생각하고 왔는데, 만나기도 전에 겁을 주는 동료 선생님 덕에 긴장하며 들어간다. 그리고 유난히 까칠한 "머루"와의 만남으로 선생님의 학교 생활이 쉽지 않을 것이란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과연 7명의 친구들이 무사히 환생동물학교 생활을 마치고 인간이 될 수 있을까? 나는 환생동물학교를 마치지 않고, 계속 지금 모습 그대로 있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돌이킬 수 없는 어린시절 순수함을 잃어가는 듯 해서.







내가 처음으로 뭉클했던 장면이랄까.
사과하는 강아지와 사과를 받아주는 고슴도치. 두 사람 사이에서 주고 받는 대화.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사과가 참 예뻤다. 인간이 되는 과정이 순수함을 잃어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모습들을 작가는 포착해 표현해내고 있다. 제대로된 사과를 하는 것과 받는 것이 낯설어진 때에 묘한 기분을 주는 대화였다. 그리고 뭉클함 뒤에 나오는 위트있는 장면들까지! 마치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이었다. 책으로 읽었을 때 가장 좋은 점은 뭉클함과 위트 있는 감정의 속도를 내가 책장을 넘기며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툴툴 거리기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여린 머루를 위해 친구들이 해준 선물을 보고, 예전에 보았던 만화 영화 한 장면이 떠올랐다. <짱구는 못말려>의 한 장면이었다. 철수는 이상하게 머리칼을 자른 날, 단체 사진을 찍기로 해서 시무룩해져 있었다. 그때 친구들이 함께한 것은 철수의 머리칼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게 보일 만큼 독특하고 개성넘치는 가발을 만들어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의기소침했던 철수가 마지막에 활짝 웃는 장면으로 끝났던, 그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물론 상황은 달랐지만, 머루를 향한 친구들의 마음은 비슷하지 않았을까. 무슨 일이 있어서 머루가 툴툴거리는지 알 수 없지만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순간 순간 툭! 다른 감정의 모습을 내비칠 때면. 머루가 환생동물학교에 오기전 무슨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환생동물학교> 1권에선 비스콧이 주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던 그 이야기의 끝은 따뜻했지만. 동물들과 인간의 관계가 어떤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마 친구들마다 과거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사실은 불행했던 관계가 있을 수 있듯이. 어쩌면 툴툴거리고 시크해보이는 머루와 마카라에게도 남다른 과거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시간을 보내와 "인간"이 되기를 결심했는지도 궁금하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동물들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주인"이라는 단어가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 수록 도드라져 보인다. 동물과 인간이 관계가 주종의 관계라고 선이 그어져 있었던 친구들. 과연 인간이 되는 순간 동물들에게 "주인"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궁금했다. 친구라고 이야기 할까, 아니면 다른 표현을 할까. 1권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나와있지 않다. 하지만 이를 생각하며 읽는다면, 조금 색다른 <환생동물학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쓰담 쓰담.
이 장면이 난 <환생동물학교>에서 가장 좋았다. 주인이 동물을 대하는 느낌이 아니라, 선생님이 학생에게 칭찬과 위로를 건네는 것 같아서. 아마 선생님이 점차 친구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건 그 관계를 동물 친구들이 좀처럼 느껴보지 못했던 식으로 이끌어 나가서가 아닐까. 종종 실수가 있었음에도.

우린 반려동물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동물들이 정말 잊어야 하는 게 동물의 본성일까 아니면 우리와 동물들의 비정상적인 관계성일까. 웹툰을 읽다보면 알 수 있다. 동물의 본성보다 더 깊이 친구들에게 남은 건, 오랜시간 함께 인간과 보내면서 체득한 그 관계의 흔적이다. <환생동물학교>는 귀여운 웹툰이지만, 동물과 사람의 관계가 우리로 엮어지지 못한 그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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