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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하자! ㅣ 푸른도서관 79
진희 지음 / 푸른책들 / 2018년 2월
평점 :
오랜만에 만난,
싱그러운 소설
내 꿈의 선택권은 내가 쥐고 있는 거다.
다섯 편의 이야기 속 청소년을 보고 청소년은 어떻게 생각할까? 청소년 타이틀을 잃은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난 이질감을 느꼈다. 아주 기분 좋은 이질감을 말이다. 청소년이라는 나이대의 학생들을 위한 소설은 역시 특유의 느낌이 있다. 그 소설들만의 느낌 말이다. 하지만 그 느낌이 싫지 않다. 그 이유는 "행복"과 "희망"을 다루는 방식이 싱그러워서다. 특히 『데이트하자!』는 더 싱그러운 소설이었다.
자신을 모욕한 선생님께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과를 요청한 이야기 「사과를 주세요」, 짝사랑하는 오빠의 할머니와 데이트를 한 계획적인 그리고 신기한 인연 「데이트하자!」, 가출이 의심되는 쌍둥이 남동생을 찾다가 오히려 자신의 삐딱함과 만난 「삐딱이를 만났어」, 집을 떠나, 세상을 떠나고 싶어서 떠나고 나서야 무언갈 찾은 「가출 기록부」, 짝사랑하듯 꿈을 쫓는 청소년의 끝자락 「짝사랑 만세」. 10대 시절 누구나 한번쯤음 마주했을 법한 고민들이 한 편 한 편 담겨 있었다. 물론, 그 고민이 풀리는 방법은 평범하지만은 않다. 그런데,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소설처럼 들여다보면, 특별하고 소중하단 걸 상기하면 평범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선 귀찮고 입장 곤란하니까 선심 쓰듯 던져 주는 사과는 진짜 사과가 아니라는 얘기지, 내 말은. 시간에 정성을 대해서 상대가 왜 상처받았는지 알아가는 게 먼저. 사과는 그런 다음에 진심으로 다가서는 일이어야 해. 가능하다면 여러번, 그리고 지식해서. 성가시니까 치워 버리기 위해서 부끄러우니까 잊어버리고 묻어 버리기 위해서, 먹고 난 종이컵 쓰레기통에 내던져 버리듯이 한 번 쓱 해치우는 행동이 아니라.
『데이트하자!』는 중요하지만,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상기해주는 소설이다. 사과가 무엇인지, 이웃으로서 가지는 책임이 무엇인지,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방법이 무엇인지 등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놓쳐버리기 쉬운 것을 꽉 잡아준다. 특히 학교와 학원 그리고 집을 오가는 학생들이나 바쁜 일상 속에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것 같은 이들의 마음에 담기면 좋을 이야기다. 꼭 청소년을 모델로 했기에, 청소년들이 읽기에 좋기에, 청소년 소설로 묶기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막 청소년에 들어선 사람이 읽어도, 청소년을 벗어난 사람이 읽어도, 혹은 청소년이 되기 직전의 사람까지도 포함한 소설"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근래에 학생들 사이어서 벌어진 사회적 사건들과 조금씩 붙어있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고, 마음에 오묘한 감정을 주었다. "어른"이라는 표현이 어색하고 어려운 난, 해밀의 먹먹한 마음을 읽고, 미안함을 느꼈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잠겨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아이들의 모습과 동시에 아이와 학생이라면 미숙한 존재라고 여기며 그들의 말과 생각에 귀기우리지 않았던 내 모습이 보였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학생인 때가 있었고, 그때 난 "학생이라니까, 어리다니까"라는 이유로 체념하기 바빴다. 이런 나의 10대 시절과 달리,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자신이 부당하다고 느낀 것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소중한 감정에 대해 무시하지 않고 그 감정을 느낀다. 방법의 모습은 다섯 명 보다 다른 모습이다. 1인 시위로, 할머니에게 건넨 한마디로, 친동생에게 툭 건넨 말로, 솔직한 고백으로, 꿈을 향한 도전으로. 누군가를 흉내내거나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난 행동을 실천으로 옮긴다. 용기내서 세상에 솔직한 나의 마음을 드러낸 모습이 기특했고, 부러웠다.
별들이 하나둘 돋아나고 있었다. 영롱했다.
부러움이라는 감정 뒤에는, 나는 지나갔지만 이제 처음 그 시절을 보내는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우려야 겠다는 생각이 따라왔다. 끝까지 다 듣지도 않고, "아, 그건 말이야."하며 토를 다는 것이 아니라. 진짜 그 아이들의 말을 공감하며 들어주는 것 말이다. 내가 보낸 그 시절과 지금 혹은 앞으로 누군가가 보낼 그 시간은 다르니까. 그 다름의 온도를 『데이트하자!』에서 느꼈으니, 똑같은 사람으로 동등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다.
의지처럼 의지있는, 나래처럼 솔직한, 이유처럼 깊이 이해하는, 해밀이처럼 공감하는, 재현이처럼 꿈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대화하고픈 상대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