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리랜드 5 - 셉템버와 심장을 향한 경주
캐서린 M. 밸런트 지음, 아나 후안 그림,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미리 본 마지막
여정에 대하여

 

 

셉템버에게 얼마나 긴 여정이 있었는지 그 내용을 모른 채, 셉템버의 마지막 이야기를 읽었다.


1~4권 동안 무수히 많은 사건들이 셉템버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페어리랜드 5 : 셉템버와 심장을 향한 경주》는 보여준다. 이해할 수 없는 순간, 힘든 순간이 계속해서 찾아오고, 그때마다 셉템버는 지혜롭게 해결한다.

 

"왕관이 널 선택했어. 네가 바로 페어리랜드의 여왕이라고.

내 개인적으로는 더럽게 꿈틀거리는 벌레가

가득한 파이를 내놓고 먹으라고 하는 것 같은 기분이지만,

사실인 걸 어째.

네가 아무리 왕관을 잡아 뜯고 엉엉 울어대도

왕관은 너한테서 떨어지지 않을 거야. …"

 

갑자기 페어리랜드에 온 한 소녀가 있다. 이름은 셉템버. 그녀는 페어리랜드의 여왕이 되었다. 소녀에서 마흔 살이 되어보기도 했지만 왕관의 선택으로 여왕이 된 건, 당연히 셉템버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도도새의 알의 마법으로 과거의 모든 왕과 여왕들이 되살아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자신이 "자기를 놓고 시시한 말다툼을 벌이는 사람들, 아침마다 똑같은 마법과 경이와 씩씩한 위험들을 반짝반짝 닦아놓는 일, 허구한 날 심술궂고 위험한 바다를 어여쁘게 떠돌아다니는 일, 세기마다 똑같은 늙은 폭군들과 용감한 영웅들을 데리고 노는 일에 정말이지 몹시 질린" 페어리랜드의 왕이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눈 깜짝할 새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이다. 여왕이 된 것만으로도 기막힌 상황인데, 셉템버에게 왕위를 지키기 위한 경주에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페어리랜드의 심장"을 찾는 경주에 말이다.

 

셉템버의 내면에서부터 나온 차분함이 심장에 고여

모든 것을 매끈하고 깔끔하게 다듬었다.

오랜 세월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벌어진 일에, 셉템버는 당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바다 요정 새터데이와 엘, 웜뱃, 나팔총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전부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 셉템버를 위해 이 모험에 적극 동참한다. 친구들과 함께 해서일까. 셉템버는 얼떨결에 시작한 경주에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고 그 경주에 참여한다. 그 과정은 여느 '경주'들처럼 긴장되고, 흥미롭다. 그리고 그 경주의 끝은 행복하고 완벽하기까지 하다. 5권만 읽은 나에게도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큼 만족스러운 결말이었고, 완결이었다.


 

페어리랜드의 '왕'이 된다는 건 무엇인가?

 

"당신이 세상을 지배하는 게 아니에요. 당신이 지배하는 건 당신 자신뿐이에요."

"왕이 되는 건 최고의 도둑질이야."

 

나는 《페어리랜드 5 : 셉템버와 심장을 향한 경주》를 읽으며 셉템버를 따라가다 보면, "권력"이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만든다. 왕이 된다는 것에 대해 셉템버는 질문받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모험 중간중간 그녀의 마음과 생각에 쌓인다. 이렇게 셉템버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판타지 소설인지 철학 소설인지 헷갈린다.

 

"남들이 너를 부르는 이름, 너는 그것이 될 것이다."

"난 폭군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 폭군이 아닌 거예요."

 

사실 좋은 판타지 소설은 다 이렇듯 철학적인 이야기를 숨기고 있기 마련이다. 현실과 다른 환상의 세계를 통해서 말이다. 하지만 어떤 판타지 소설은 그 철학적 이야기를 티 나게 드러낸다. 마치 독자에게 철학을 가르치려는 어조로 말이다. 촌스럽게 말이다. 물론 이건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내 생각을 좀 더 붙여본다면 《페어리랜드 5 : 셉템버와 심장을 향한 경주》는 촌스러운 판타지 소설이 아니다. 왜냐하면, 촌스럽게 썼다고 하기에 이 세계는 다채롭고 한 장 한 장 넘기는 순간이 즐거워 그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를 다스리는 자리에 올라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아, 그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은 전혀 없지. 하지만 권력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무리 많은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물건을 모두 한 곳에 모아두고 영원히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갖고 있다. 그들의 행동이 모두 비뚤어지고 힘들어지는 것은 순전히 그들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겪는 일들 때문이다.

 

페어리랜드의 왕이 되기로 마음먹은 뒤, 셉템버는 계속 자신의 자리를 시험하게 만드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사람들 앞에서 감정을 숨기기도 하고, 친구를 잃기도 하고, 약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고, 상대에게 말하며 스스로에게 필요한 말을 찾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셉템버가 놓치는 이야기는 이렇게 저자가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속삭여준다. "왕"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 길어지고, 셉템버에게 이야기가 많이 쌓이자 친구들과 이별 아닌 이별의 순간을 마주하기도 한다. 특히, 셉템버에게 특별한 새러데이와의 이별은 의미심장하다.

 

"네가 어떻게 날 잊어. 그러면 안 되잖아." 셉템버가 속삭였다.
"다른 건 다 잊어도 날 잊으면 안 되잖아. 우리를 잊으면 안 되잖아."

 

이 순간이 누구보다 셉템버를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 있다는 것, 그 섬뜩하고 무서운 순간이 셉템버를 그 어느 때보다 감정적으로 만들었고, 솔직하게 만들었다. 사실 셉템버에게 어느 순간보다 힘들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새러데이의 시간이 뒤엉키고 난 뒤에 셉템버는 "심장"을 찾는 경주에서 확실히 앞서 나가 결국 승리하게 된다. 하지만 승리 후 그녀는 페어리랜드의 왕으로 바로 즉위하지 못한다. 셉템버와 함께 경주했던 경쟁자들에 의해서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이 죽음은 꼭, 해리포터가 죽음(사실은 죽음이 아니었던 그 죽음)을 맞이했던 장면과 겹쳐 보였다.

 

"그리 잘 해내진 못했어요. 난 정말로 내가 이길 줄 알았거든요.

나는…… 나는 좋은 여왕이 될 것 같았어요."

 

죽음이 죽음이 아니라는 것. 이에 대해 소설은 이렇게 말한다."엔딩이란 말은 쓸데없다. 세상에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여러분이 이야기를 그만하기로 선택하는 지점은 하나뿐이다. 다른 것들은 모두 영원히 이야기로 이어진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셉템버는 어떤 소녀를 만난다. "새로움"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어떤 소녀를 말이다. 그렇게 끝은 끝나고, 시작을 시작한다.


 

《페어리랜드 5 : 셉템버와 심장을 향한 경주》에서 꼭 전하고 싶은 진실은 이거다.

 

"모든 것에 심장이 있다는 말은 진실이다."

 

어디에도 그 중심에 가장 중요한 것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중요한 것은 다른 누가 부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만이 알 수 있다는 사실. 감정을 느끼고, 잃을까 봐 두렵고, 간절히 자신이 원하고 그래서 이를 지키기 위해 어떤 용기도 낼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 바로 심장이라는 바로 그 사실이다. 그리고 그 심장은 쉽게 멈추지 않고, 쉽게 끝낼 수는 없다는 걸 말해준다.

 

《페어리랜드 5 : 셉템버와 심장을 향한 경주》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의 심장은 무엇입니까?라고.

그리고 그 심장을 멈추게도 하지 말라고 빙긋 웃으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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