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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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삶의 순간들 속에서 건진,
그 쉽지 않았던 삶의 고비와 그 이후에 대하여

 

 


당신은 어떤 인터뷰를 주로 읽나요?
 
난 스마트폰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스타들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신문으로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의 인터뷰를 읽는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 당연하다. 인간이라면 '호기심'을 가지고 있고,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니까.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읽는다. 이를 통해 그들의 삶을 조금 알게 되고, 때론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도 한다.

 

《일하는 여자들》은 우리가 주로 보는 인터뷰와 사뭇 다르다. 우선 아주 특별한 사람들은 아니다. 보통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다리 혹은 세 다리 정도 건너면 알 수 있을 법한. '자신의 영역에서 나름 흔적을 남기며 일해왔고, 지금도 일하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 배우 전문기자 백은하 / 영화감독 윤가은 /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
/ 아티스트 양자주 / 작가 최지은 / GQ 에디터 손기은
 / 공연 연출가 이지나 / 극작가 지이선 / 기자·방송인 이지혜
 / 뉴프레스 공동대표 우해미 / N잡러 홍진아

 

《일하는 여자들》에는 11명의 interviewee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담겨있다. 언론, 방송, 예술계에 집중하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많은데, 이는 인터뷰를 한 4인용 테이블 구성원들이 관심 있는 사람들을 집중 취재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분야와 근접한 직군에 종사하고 싶기에, 더 관심이 갔다. 여성 롤모델을 찾기 힘든 그곳에서 자신만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들의 삶이 어떤 모습을 내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고, 무엇을 꿈꾸는지.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동료에게. 후배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알고 싶었다. 평범하게 '일하는 여자들' 중 11명인 우리들의 이야기가.

 

 

 

나로부터 출발한 이야기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
이게 나 혼자만 하는 생각인지, 상식의 문제인지,

나조차도 편견을 가진 건 아닌지.

 


우리들(여성들)의 목소리를 엮어냈기에, 당연히 '페미니즘'에 대한 책이었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이론에 대해 설명하거나, 집단적인 실천을 강조하는 책은 아니었다. 일하는 여성들의 '일'상을 다룬 인터뷰집이었다. 이제 막 젠더 감수성이 생겨나기 시작한 우리들이 돌아본 지난날에 대한 이야기였다. 일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했을 법한 생각과 마주했던 고민을 말한 인터뷰다. 그 과거와 현재를 보며, 앞으로를 어떻게 걸어가면 좋을지 '질문'을 남기는 책이었다.

 

 

 


어느 순간, 살아남은 여자 영화기자가 거의 없으니까 정작 나에게는 롤모델이 없는데
내가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어버리더라.

 

자신의 앞에 누구도 없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 헤맨 흔적이자, 이젠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어 책임감을 가진 사람의 고백이다. 쉽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과 기회를 잡았고 '나'를 지키며 그녀들은 자신만의 단단한 삶을 일구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단 걸 알기에. 그들이 막 직장에 들어섰을 때 이야기는 짧게 나오지만, 마음에 아프게 다가갔다. '성희롱'과 '자기검열'이 일상이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부재했던 때를 지나와, 아주 조금씩은 나아져가는 지금을 살아가기까지를 너무 담담하게 말해 묘하게 마음속에 잔향을 남겼다.

 

담담함 속에 그녀들은 자신을 이야기한 뒤, 지금 우리에게 하고픈 말을 한다.

 

 

  

롤모델이나 멘토 같은 이름보다는 나는 그냥 나 자신이고 싶다.
내가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게 참 어려운 일이다.
특히 여성이거나 약자이면 더.
나부터가 그렇게 되어야 그런 세상이 빨리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무엇을 선택할 때, 내가 먼저 했던 고민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려주고 싶다. '
일이든 결혼이든 결정하기 전에는 이런 걸 생각해보면 좋겠다.',
'그 선택으로 인해 내가 잃는 것은 무엇일 수도 있다'하는 부분들.
그걸 공유할 수 있다면 어떠한 시행착오든 줄지 않을까.

 

 

  

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공부하기 전에,

누군가의 강압이 아닌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자발성이 중요하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포기하고 막 살까?
아니,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는 일들을 찾을 수 있는 거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각자가 잘 사는 게 중요하다.

 

 

 

'No'를 했다고 찍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당신 인생에서 볼 일없는 잔챙이 그릇이니 아웃시켜도 된다.
진짜 어른은 그렇게 말했을 때 오히려 '너 뭐 있다'하고 지켜보는 경우가 있다.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심하게 툭' 건네기도 하고, '따뜻하게' 들려준다.

 

그 이야기 속에는 '우리'라는 연대감이 녹아져 있다. 그래서 무심함 속에서도 온기가 전해지고 따뜻함 속에 뜨거움이 느껴진다. 남성으로 대표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있는 이들의 응원엔 '우리는 함께 한다''라는 연대감이 깃들어 있다. 완전한 글로 이를 느껴보길 추천한다.

 

 

  

그동안 우리가 같은 사회 안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다른 세상에 사는 거나 마찬가지다. 여성들이 어떤 경험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왜 이렇게 얘기하는지 일단 많이 들어주고, 그다음에 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으면 한다고.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일상적인 교류 속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되새긴다.

 

 


《일하는 여자들》은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다. 페미니즘이 여성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 모두의 이야기이듯. 《일하는 여자들》도 일하는 여자들뿐만 아니라, 그녀들과 함께 일하는 그들에게 함께 전하는 이야기다. 《일하는 여자들》이 느끼고, 느낄 수밖에 없었던 감정들에 대해 함께 공감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렇다고 동감을 강요하지 않는다. 공감이란 같은 마음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이해하는 지점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는 넓이가 넓어지고 폭이 깊어질 때, 세상은 반드시 아름다워지기에. 《일하는 여자들》은 일하는 여자들의 '일'상이라는 부분 이해가 넓어지고 깊어지길 바라는 책이다.

 

 

언젠가 혹은 지금도 어쩌면 앞으로 겪을 일과 고민들을 말한 《일하는 여자들》. 그래서 이 인터뷰집은 다른 인터뷰와 달리 한번 보고 지나칠 수 없다. 누군가의 삶에 대해 답을 내리고, 전달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질문"을 남기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나'가 되고 싶지?"

 

그들의 삶의 조각들이 '나'에게 건넨 질문에 답하며,
나 또한 누군가에게 '답'이 아닌 '질문'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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