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리뉴얼판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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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창작론
유혹하는 글쓰기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 이 책의 일부분은 - 어쩌면 너무 많은 부분이 - 내가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소설의 목표는 정확한 문법이 아니라 독자를 따뜻이 맞이하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자기가 소설을 읽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드는 것이다.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문단은 글보다 말에 더 가까운 것이고 그것은 좋은 일이다. 글쓰기는 유혹이다. 
_ 『유혹하는 글쓰기』 중에...

글쓰기에 대한 책, 난 많이 읽어왔다. 위인이 된 인물들의 글쓰기 비법, 연설문을 쓰는 분이 쓴 글쓰기 비법, 작가가 말하는 글쓰기 비법, 논술 강사가 들려주는 글쓰기 비법(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운다』 『대통령의 글쓰기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등)... 글을 잘 쓴다고 널리 알려지고,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사람들이 쓰고 정리한 비법서들을 많이 읽었다. 또 글쓰기 관련 강좌가 있다면, (가급적이면) 참석하려고 노력했다. 그동안 들은 글쓰기 강좌도 제법 많이 있다. 이렇게 글쓰기에 대한 책과 강좌에 관심을 쏟은 이유, 간단하다. "글을 잘 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은 건 다른 글쓰기 책을 읽었던 이유와 같았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고, (내가 생각하기에 글을 잘 쓰는) 주변 사람의 추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만 10만 부, 세계적으로 더 많이 팔린) 사랑받은 책이니 특별한 메시지가 있을 것 같아서 읽었다. 스티븐 킹 작가는 《쇼생크 탈출》, 《미저리》, 《그것》의 원작자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대중들에게 독특한 작품으로 각인된 사람이다.  하지만 난 그의 작품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고, 그의 작품 가운데 영화화된 작품 역시 한 편도 보지 않았다. 『유혹하는 글쓰기』를  다 읽고 그에 대해 검색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가 정말 아주 많이 유명한 작가라는 사실을. 그리고 안도했다.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았다면, 난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지 않았을 것이기에.
많은 사람들은 스티븐 킹을 알고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었을 수도 있고, 혹은 제목에 매료되어서 읽었을 수도 있고,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읽었을 수도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읽게 되었는지는 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유혹하는 글쓰기』를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기억에 남는 것에 이건 모두 있을 것이다. 작가 스티븐 킹이 가진 작가로써 신념이라고 할 수 있는, '진실'의 중요성!

소설의 소임은 거짓의 거미줄로 이루어진 이야기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지, 돈벌이를 위해 지적인 사기를 치는 것이 아니다.
_ 『유혹하는 글쓰기』 중에...

글을 쓸 때, 진실을 말하는 것이 중요한 건 기자(기자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과 사실이지만)라고 생각한다. 보통 소설가에게 우리는 '진실'을 쓸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소설가에게 요구하는 것은 '재미'다. 얼마 읽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는 그 마법을 기대한다. 그는 진실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야기의 내용이 독자 자신의 삶과 신념 체계를 반영하고 있을 때 독자는 이야기에 더욱더 몰입하게 된다."라고. 독자가 더 몰입하기 위해서는 더 사실적이고, 진실에 가까워야 몰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단지 내용을 구성할 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적이고 공감을 주는 대화문을 쓰려면 '반드시' 진실을 말해야 한다. 망치로 엄지를 내리쳤을 때 사람들이 내뱉는 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점잖은 체면 때문에 '이런 제기랄!' 대신 '어머나 아파라!'라고 쓴다면 그것은 작가와 독자 사이에 존재하는 무언의 약속을 어기는 짓이다. 여러분은 꾸며낸 이야기를 수단으로 삼아 사람들의 말과 행동의 진실을 표현하겠다고 이미 독자들에게 약속한 셈이니까." 그의 소설 속 인물들 대화는 거칠고, 험악하고 억센 표현이 툭툭 나온다. 다듬지 않고 날 것 그대로의 표현이 인물들의 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다. 그가 그렇게 대화문을 구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제와 주목을 받기 위해서 자극적이게 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이미 존재하고 있으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어떤 세계"에 대해 글로 발굴하는 것이 소설이기 때문에, 이 유물을 훼손하지 않고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서 표현을 '사실'적으로 할 뿐이다. 표현을 다듬는 순간, 이야기는 금가거나 어느 한 귀퉁이가 잘리기나 유실되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에게 세상에(독자에게) 자신이 말하고 싶은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소설이고, 글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주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한 문장으로 완성된 주제를 두고 살을 붙여가는 것이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주제에 대해 "나의 삶과 생각에서 비롯되고,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비롯되고, 또한 남편으로, 아버지로, 작가로, 또 연인으로 살아온 나의 역할에서 비롯된 관심사들일 뿐이다. 밤이 되어 불을 끄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될 때, 그리하여 한 손을 베개 밑에 넣고 어둠 속을 들여다볼 때 나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문제들"이라고 말한다.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이미 자신의 몸속에 누적된 삶이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말이다.

역시 좋은 글이란 사람을 취하게 하는 동시에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_ 『유혹하는 글쓰기』 중에...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말하는 '글'은 소설이다. (혹은 시가 될 수도 있다.) 좀 더 큰 범주에서 말한다면, 문학이다. 만약 대학생이 '글쓰기 과제를 잘 하는 법'이나 '교수님에게 유혹적인 글 쓰는 법'을 기대하고 읽었다면, 아마 "이력서"를 읽다가 말았을 것이다. 혹은 이력서가 재미있었다면, "연장통"까지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스티븐 킹이 말하는 글쓰기 방법으로 과제에서 요구하는 글쓰기를 할 수 없다. 책을 많이 읽고 내 방식대로 내가 쓸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써야 하는데, 교수님은 책을 많이 읽을 때까지 기다려주실 수도 없고 각자의 개성이 묻어난 글을 평가할 수 없고, 성적을 매기기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만약 실제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책이 아니라 성적을 주시는 교수님께 교수님이 높이 평가하는 글이 무엇인지, 성적 평가 기준을 물어보아야 한다. (수많은 글쓰기 책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람마다 글 쓰는 방식이 다르고, 높이 평가하는 글들이 다 다르다는 것이다. 성적을 잘 받는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성적을 매기는 교수님께 물어보는 것이 베스트셀러 작가의 글쓰기 책보다 도움이 된다.)
하지만 『유혹하는 글쓰기』는 '글'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좋은 글이다. 책 속 많은 구절에 밑줄을 쳤지만, 가장 좋았던 구절은 아래와 같다.

"나는 사람들의 환경에 의하여, 또는 자기 의지에 의하여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예전에는 나도 그렇게 믿었지만). 작가의 자질은 타고나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자질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조금씩은 문필가나 소설가의 재능을 갖고 있으며, 그 재능은 더욱 갈고닦아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 사실을 믿지 않는다면 이런 책을 쓴다는 것부터가 시간 낭비일 것이다."

형편없는 작가가 제법 괜찮은 작가로 변하기란 불가능하고 또 훌륭한 작가가 위대한 작가로 탈바꿈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스스로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고 시의적절한 도움을 받는다면 그저 괜찮은 정도였던 작가도 훌륭한 작가로 거듭날 수 있다.
_ 『유혹하는 글쓰기』 중에...


글은 결국 '나'에게서 태어나고 멈추고 죽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이었다. 누군가를 위한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하고 첫 번째 누군가는 '나'임을 일깨워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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