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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와 마녀의 꽃 - 애니메이션 그림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각본.감독, 안혜은 옮김, 메리 스튜어트 원작, 사카구치 리코 각본 / 온다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애니메이션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다. 이유는 그림 속에 가장 순수한 감정이 함께 담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한 가지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 예뻐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좋아한다. 다양하고 복잡한 삶의 군상을 다루는 여타 다른 작품들과 다른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수채화 그림처럼 한 컷 한 컷이 따뜻해지는 지브리풍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그래서 지브리 스튜디오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에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지기도 했다. 다행히 나의 허전함은 이내 그곳에서 배우고 익혀 자신만의 작품 세계와 작화를 완성해나간 많은 감독들에 의해서 채워지고 있다. 조금 더 지금의 감성에 어울리게 혹은 그림의 디테일이 조금 더 섬세하게 담긴 작품들의 모습으로 말이다.
'메리와 마녀의 꽃'은 메리의 수수함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영화였다.
드라마나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 작품은 영상물로 나와서 시청각적이 즐거움이 있지만, 찬찬히 내가 보고 싶은 속도로 내가 보고 싶은 메시지에 폭 젖어들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종종 영화를 보며 어떤 순간에는 일시정지를 해서 그 순간이 주는 감동을 조금 더 느끼고 싶을 때가 있었다. 관객들이 가장 즐겁게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계산된, 기획된 작품이지만, 그 작품을 나의 삶의 속도에 나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보고 싶은 때가 있다. <메리와 마녀의 꽃>은 그런 나의 마음을 움직인 동화책이었다. 정확하게 애니메이션 그림책이지만.
어린 시절 한 초등학교 1학년 무렵, 디즈니 만화영화를 동화책으로 옮겨놓은 책을 친구 집에서 본 적이 있다. 마음속으로 그 시리즈가 우리 집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마치 만화영화가 책 속에 옮겨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친구 집에 놀러 가면 그 동화책을 한참 동안 만지작거렸던 기억이 난다. 영화 테이프는 마음대로 볼 수 없지만 책은 내 마음대로 볼 수 있으니 이 책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부럽기도 했다. 아마 내 책장에 채워진 책들은 만화 영화 시리즈가 아니라 세계의 박물관 유물 도록집 같은 책들이 주로 채워져 있어서 더 부러움이 컸을지도 모른다. (물론, 유물 도록집 역시 부모님이 다른 사람들에게 준다고 했을 때, 울며 불며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하며 내 책장에 두었던 책이다. 지금은 결국 다른 사람에게 주었지만.)
이상하게 집에 동화책이 별로 없었다. 동화책도 별로 없었지만, 이렇게 애니메이션을 책으로 옮겨 놓은 책은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그림책이 서점에 놓여 있으면 한참을 만지작거리며 천천히 읽곤 한다. 혹은 이렇게 내 책장 한편에 놓아두거나.
자세한 줄거리를 적을 수 없지만, 메리가 자신다움을 서서히 찾아가는 이야기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며, 내 안에서 들려오는 '나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야기!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던 고민으로, 그 고민을 풀어가는 이야기다. 메리와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는 못하지만, 상상에서 한 번은 해보았을 법한 이야기다. (사실 난 이렇게 흥미로운 상상력을 가지지 못했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점점 '메리'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해나가는 게 보여서 읽으며 흥미롭기도 했지만 마치 사랑스러운 동생을 보는 듯 기분 좋아지는 시간이었다.
2017년 크리스마스 마지막 1시간을 이 책과 함께해서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