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점기행 (보급판)
김언호 글.사진 / 한길사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길을 가면서, 여행하면서
책을 생각하고 책을 기획한다.
나에게 한 권의 책이란
언제나 즐거운 여행이다.


여행지에서 서점에 가는 건 내 여행의 필수코스다. 만약에 서점을 가지 못하면, 공항 면세점 서점이라도 기웃거리며 그 나라의 그 도시의 책이 무엇이 있을까. 살펴보곤 한다.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우리나라 서점은 익숙하고 푸근하다.
더디게라도 읽을 수 있는 영어권 서점은 낯설기보다 반갑다.
읽을 수 없는 언어로 가득찬,
가령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인도네시아어 책이 주로 있는 서점은 신비롭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어떤 이유로든, 서점은 나에게 반가운 공간이고 수많은 책속에 둘러 싸여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안정된다.

그런데 나처럼, 아니 나보다 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세계 서점 기행> 저자 김언호다. 세계 곳곳의 서점을 다니며 서점의 이야기, 책의 이야기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기록한 책을 냈으니 더 할말이 있을까? 책을 읽다보면, 그가 서점을, 책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 소중히 여기는 마음 속에 깃든 책에 대한 철학까지 옅볼 수 있다. <세계 서점 기행> 책에서 그가 소개한 22곳의 서점 가운데 난 2곳을 다녀왔다. 책에서 다시 2곳의 서점을 만나니, 올 여름 여행 중간에 나에게 쉼을 주었던 '돈트 북스'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가 떠올랐다.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돈트 북스


"건물이 아름답다고 명문서점은 아닐 것이다. 비치하고 있는 책과 그 책을 골라내는 서점인들의 철학과 헌신이 그렇게 만들 것이다. 런던 시민들의 안목과 성원이 돈트 북스를 명문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

"수준 있는 책을 잘 비치해놓는 것이 우리 일입니다. 독자들이 편안하게 책을 살펴볼 수 있게 하려 합니다."
 

여행자들의 천국, 여행자들을 위한 서점이 바로 돈트 북스다. 영국 여행을 하고 있다면 꼭, 들려보길 권한다. 한참 영국 여행을 하고 있던 나에게 돈트 북스는 좋은 여행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여행 초반에 이 서점에 가서, 런던에 대한 책,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찾기 힘든 콘월에 대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던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라별로 정리된 책의 세계"를 비치한 곳이 돈트 북스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유리 천장에서 떨어지는 채광과 함께한 돈트 북스는 "자연의 빛을 몸과 마음으로 받을 수 있는 곳"이다.
 


"휴고 보스와 샤넬의 광고 모델인 르페르는 이 사진에서 명품 핸드백 대신 녹색과 흰색의 린넨 천으로 만든 돈트 북스의 쇼핑 가방을 들고 있었다. 친환경 천가방이 패션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었다.
돈트 북스는 일약 세계인에게 알려졌다. 세계의 서점으로 그 명성이 확고해졌다. 돈트 북스는 30파운드 이상의 책을 사면 작은 가방을, 70 파운드 이상이면 큰 가방을 선물한다."

이 사실을 알고 가며 마음 속으로 돈트 북스 굿즈를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30파운드어치 책을 고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런던에 대해 수채화 풍경을 그리듯 그린 책과 영국 전역에 대한 여행 소식을 담은 책의 가격을 합치니 70파운드까지는 미치지 못하지만 30파운드 쯤은 금방 넘겼다.  하지만 문제는 그 2권의 책을 가지고 다닐 생각을 하니.. 가지고픈 마음보단 가벼운 어깨의 소중함이 더 크단 걸 알았다.

또 런던에 온다면, 제일 먼저 이곳에 가야지. 이곳에서 내가 갈 여행 장소에 대한 책을 사고, 내 여행 내내 돈트 북스 쇼핑백을 들고 다녀야지.

언젠가 반드시 이뤄지리리라 굳게 믿으며 아쉬움 한자락을 남기며 난 서점을 나왔다. 내가 이 바램을 꼭 이를 수 있도록 "품격있는 서점"으로서, "서점은 오직 '좋은 책'으로 존재하고 일어선다"는 가치를 잊지 않고 그 자리에서 나를 반겨주길 바래본다.



신성한 공공기구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젊은이들의 이 짧은 자서전들은 자신들의 고백록 같은 것이다. 쌓여 있는 자서전에는 삶과 죽음, 꿈과 절망을 담은 사연들이 담겨 있다. 청춘의 고뇌를 보여주는 일종의 사회사적 기록이기도 하다."

"입구 계단에는 '인류를 위해 살아라'라는 구절이 보인다. 바닥엔 '배고픈 작가들을 먹게하라'고 새겨놓았거 2층으로 오른느 머리 쪽에는 '낯선 사람을 냉대하지 마라. 그들은 천사일지 모르니'라는 성서 한 구절을 새겨놓았다."


신성한 공공기구를 기대하고 방문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이전에 숱한 역사 속에서 변화했던 파리와 같이 변화했듯이 살벌한 유럽의 분위기와 닿아 있었다. 서점 입구를 지키고 선 보안 요원을 보고, 파리 어디를 들어갈 때든 만났음에도 이 곳에서 만났을 때 더 씁쓸하게 느껴진건 이 서점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 아닐까.

<세계서점기행>의 내용처럼 서점을 지금도 일구고 있는지. 처음에는 알 수 없었다. 서점이기보다 관광지라는 느낌이 강했다. 오랜 자리를 지켜온 책들이 자신의 몸에 쌓아 놓은 먼지를 눈으로만 가늠하기도 비좁은 이 공간은 마치 보들리안 도서관 투어처럼 눈으로만 이 장소를 담게 했다. 적어도 1층은 그랬다.


하지만 2층은 달랐다. 피아노가 놓인 방의 나무로 엮은 의자에 앉아 있는데 어느 남자가 들어와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물끄러미 보는 내 눈치를 본건지 건반 몇 개를 누르는 것에서 꽤나 듣기 좋은 멜로디를 갖춘 선율을 마치고 미소를 짓고서 서점을 내려갔다. 그 순간의 경험은 영화에서, <세계서점기행>에서 내가 상상했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가 실제가 되는 순간이었다.

프랑스어에 대한 콧대가 가장 높은 파리에서 만난 영어권 책을 전문으로 다루는 이 곳은 낯선 프랑스어에서 천지인 파리에서 반가운 서점이었다.
이곳은 수많은 예술가를 머무르게 했듯이, 수많은 여행자들을 머무르게 하는 서점이다. (내부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납득할 수 있으나, 피아노 연주를 듣던 그 순간이 내 머리에만 있으니. 참 아쉽다.)


독자들과 함께
왜 책인가
책 읽기란 무엇인가
왜 서점인가
시대정신이란 무엇인가를 토론하고 싶다.

진지한 고민 하나하나가 담긴 22편의 여행기를 읽으며 책과 서점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에게 서점은 편안한 쉼이고 세상과 만나는 교차로이고 수많은 영감을 떠오르게 하는 샘이다. 시간이 지나 책과 서점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책과 서점은 끊임없이 달라지고 있으니까. 그 변화가 사라짐으로 나아가는 건 두려운 일이다. 나중에 책과 서점이 '옛날의 향수'에 젖어든 씁쓸함이 아닌 여전히  '현재와 호흡하는 담론의 장'으로 존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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