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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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길이가 길어질수록
고리가 커지는 사슬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22쪽


읽다가 멈칫 몇 번을 놀랬는지 모른다. 때로는 화가 치밀기도 했고, 답답하기도 하고, 처연하기도 했다. 레누와 릴라, 두 사람의 20대에서 30대의 이야기는 하치 앞도 볼 수 없었다.

엄마와 함께 읽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엘레나 페란테의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의 이야기는 20대의 나의 감수성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다. 내가 살아온 적이 없는 시간 속의 적나라한 고백들이 적혀져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일 때 겪을 수 있는 자신의 자식을 낳는 출산 그리고 그 아이의 엄마로 사는 삶에 대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몇 부분의 감정의 전개에 있어서 난 레누와 릴라를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라면,  나와 다른 이해의 폭을 가지고 이 작품을 보지 않았을까 싶었다.

결혼 그리고 출산, 엄마로서 삶과 작가로서 나의 삶. 그리고 금지된 사랑.

레누와 릴라. 순조로운 삶의 순간에는 마음이 불안했고, 험난한 일이 일어날 때면 마음까지 조급해진 마음은 두 사람의 삶을 걷잡을 수 없는 풍랑 속으로 이끌었다. 흥미로운 점은 레누와 릴라 모두가 잘 되고, 모두가 험난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레누와 릴라의 인생 그래프의 간격은 평행선처럼 일정 거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거리는 두 사람의 우정의 거리만큼인 듯싶다. 마음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친구에게 다 보이지 못하는 두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우리 엄마만큼 나이가 들었을 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를 읽으면 분명 지금과 다른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다.

 

 

떠나가도. 머물러 있어도.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레누와 릴라는 서로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불안해한다.

 

최악의 최악을 더해가는 결혼 생활을 뒤로하고 별거를 했음에도.
하나뿐인 아들을 자신의 품에 두었음에도.
아들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일을 할 때도.
부당한 노동환경에 대항할 때도.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바라봐 주고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음에도.
릴라는 불안해한다.

후회할 지난 일을 글로 풀어내며 한 꺼풀 벗겨냈음에도.
처음 쓴 소설이 대 유행을 했음에도.
모두가 부러워하는 남편과 그의 가족과 가족이 되었음에도.
유년시절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부와 명예를 가졌음에도.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레누는 불안해한다.

 

그리고 그들의 불안은 쉼표도 없이 하루하루 시간 속에 함께 한다. 그 불안한 감정이 글 속에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런데 마냥 표면적으로 두 사람의 불안한 감정을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서는 다층적으로 표현한다. 두 사람의 삶과 연관된 여러 사람들의 관계가 바뀌고 그 변화의 흐름에 사회도 한몫을 하고 있다. 1968년도 68혁명이 두 사람의 삶을 자꾸만 비틀어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두 사람은 자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자신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한다. 처음에는 두 사람의 존재가 점차 흐릿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결혼하며 깨어있는 사람인 줄 알았던 남편의 보수적인 모습에 레누는 좌절한다. 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접고 원하지 않았던 때의 임신과 출산을 한다. 결국 작가 레누는 점차 작가 세계에서 잊혀간다. 릴라도 다르지 않다. 별거를 함에 따라 경제적인 상황이 궁핍해지고, 생활을 위해 공장과 같이 노동시장에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자유롭게 자산의 생각과 마음을 발산하던 릴라는 무기력한 삶을 반복한다. 하지만 읽다 보면 사회의 변화 속에 두 사람의 존재는 묻혀버리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그 변화 속에서 저마다의 모습을 살아간다. 두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하는 고민의 깊이는 더 깊어져가고 그 깊은 사유 속에 단단하게 쌓여가는 것이 있다. 물론 그 쌓인 것들이 내가 생각한 상식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의 이야기 서사다.
앞선 <나의 눈부신 친구>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보다 단단한 무언가가 느껴진 이유는 레누의 변화 때문이다. 1,2권에서 레누는 자신 스스로 자존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모든 것의 판단 기준이 "릴라라면"을 놓지 않았다. 물론 이 생각은 3권에서도 이어진다. 하지만 두 사람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진 만큼 레누는 점차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물론 그 생각의 끝이 니노와의 사랑이라는 점이 파격적이지만. 레누의 변화가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의 서사의 핵심이다. 그리고 릴라는 <나의 눈부신 친구>에서처럼 자신의 빛을 잃은 듯 그 빛을 감추어둔 듯 지내다가 본능적으로 미래지향적인 결정을 내린다. 마치 미래를 보는 것처럼 보인다. 현대 예술적인 자아 표현을 하는 예술작품을 만들거나 컴퓨터 기술을 익히는 등의 행동을 한다. 그리고 <나의 눈부신 친구>의 초반부에서 확인했듯이 릴라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사라진다. 그리고 이에 대한 레누의 태도는 니노의 손을 잡고 떠날 때와 달랐다. 그 변화의 간격을 4권에서 어떻게 담아낼지 궁금하다.

얼른 11월이 되어 4부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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