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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통령들 - 누구나 대통령을 알지만 누구도 대통령을 모른다
강준식 지음 / 김영사 / 2017년 2월
평점 :
저자 소개 | 강준식
“이제 우리는 한 사람의 정치 지도자가 우리 삶의 틀까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되었다.” 저널리스트로서의 냉철한 역사의식과 폭넓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완성해냈다. 재미있으면서도 엄정하고 객관적인 서술이 되도록 많은 자료와 인터뷰를 섭렵하고 현장에서 취재한 정보들을 활용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결정적인 장면들을 예리하게 포착해내 선 굵고 정제된 필치로 현장감 있게 되살려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문리대, 미국 일리노이대, 플로리다테크대(FTU), 연세대 연신원 등에서 문학, 정치학, 경제학, 신학 등을 공부했다. 196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유신 말기와 5공 중반까지 〈시카고 동아일보〉〈뉴욕 동아일보〉〈뉴욕 조선일보〉 등에서 편집국장과 논설주간 등을 지냈으며, 한때는 정치권과 공기업 등에 몸담기도 했다.
[출처] 누구나 대통령을 알지만 누구도 대통령을 모른다 <대한민국의 대통령들> 작성자 김영사
내 생애 첫 대선을 앞두고, 읽는 대한민국 대통령사
2017년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정당마다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 경선 소식으로 지난주부터 이번 주까지 뉴스가 가득 차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이전 선거와 달리,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의 형식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을 비롯해 대통령 당선인 시기 없이 바로 대통령 000으로 나라를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점과 같이 이전 선거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앞으로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가라는 거대한 행정관료 체제를 지휘하고 엄청난 물자를 통제하며, 합법적 국가폭력을 독점하여 전쟁을 치를 수도 있고, 수출입국을 할 수도 있으며,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거나 거대 토목공사를 강행할 수도 있고, 나라를 환란이나 혼돈에 빠뜨릴 수도 있(7쪽)"는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동일하다.
그렇다면,
5000만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대통령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선출해야 할까.
대통령이 되고자 나온 이들에게 무엇을 묻고 무엇을 들어야 할까.
그 의문의 방향을 <대한민국 대통령들>에서 찾을 수 있었다.
12명의 대한민국 대통령들
<대한민국 대통령들>에는 총 12명의 국가 지도자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대통령은 11명이었지만, 내각책임제하에 국무총리였던 장면을 포함한 우리나라 국가 지도자는 총 12명이었다.
이승만, 장면,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각 대통령(총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또 알고 있는 정보도 선생님, 부모님, 교수님, 지인들을 통해서 접한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런데 문제는 인물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에 어떤 입장에 선 사람들에게 듣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듣는 듯싶었다는 점이고, 결국 각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는 대통령도 있었지만, 몇몇 분들은 이름을 알고 있지만 전임자 혹은 후임자의 그늘에 가려져 잘 알지 못한 인물도 있었다.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12명의 인물이 정치적 권력을 잡기까지 과정에서 시작해, 정치적 상황, 주변 인물들과 일화, 해낸 업적, 인물에 대한 대중적 평가를 아울러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마치 조선왕조실록과 같이 '정사'가 역사를 서술하듯이 주요 사건에 대한 풀이와 인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유추할 수 있는 '야사'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딱딱하지도 재미 어느 한쪽에 무게가 쏠리지 않은 채 균형을 이루고 있다.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사건에 대한 '시각'과 독자들이 편안히 읽을 수 있는 '필력'이 더해진 결과라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었다. 또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성격이 책에서 드러난 점은 '중립'이라는 점에서 서술하고자 노력한 부분이다. 이때 중립은 비판도, 칭찬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저자에게 중립은 정확히 사실의 선후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 이에 대해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여 전개해나간 점이다. 그래서 정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글에서 자극적이기 보다 심심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진다.
정사 정政자는
원래 목표(一)를 향한 발걸음(止)이
똑바로 향해지도록
채찍질(攵)을 가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방향을 인도하는 자가 '정치적 지도자'다.
대한민국 대통령들 _ 217쪽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때로는 비난에 가까운 이야기가 마냥 비난만을 쏟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칭찬만 하던 사람도 마냥 칭송받아 마땅한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지도자에 대한 평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이유는 단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이유 중 하나는 "심리학자 황상민이 이야기한 '욕망'이라는 단어로 압축(476쪽)" 할 수 있다. 대통령이라는 지도자에게 국민들은 저마다 자신이 가지 싶은 욕망(need)를 대입했다. 자신의 욕망을 대입하고 이것이 잘 맞아떨어질 때 평은 호로 갈 수밖에 없고, 그 반대는 불호로 갈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개인적 욕망을 실현시킨 정도에 따라 호불호는 가릴 수 있지만, 그들의 업적을 평가할 때 개인적 호불호의 잣대를 가지고 갈 수는 없다. 민주주의 시스템이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 공약을 내건 인물에게 투표를 하는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 호불호 (욕망)가 반영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이후에 실시한 정책에 대해서는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서 평가를 내려야 한다. 이 평가에서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분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12명의 지도자의 삶을 압축해 읽으며 느낀 것은 저자의 표현처럼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정치가였고, 공적으로는 실패한 대통령들(320쪽)"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저자는 "내 안에, 우리 안에 규범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이래야 한다는 규범 말이다. 이런 잣대로는 누구도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라고 말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주는 무게는 엄청 그리고 우리나라는 그 무게를 잘 짊어졌든, 짐을 짊어지지 못했든 12명의 국가 리더를 만났다. 각 대통령은 저마다 자신의 푸른 청사진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청사진만 두고 본다면, 아름다운 이상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현실로 만들 때 얼마나 타협을 했는지, 국민들의 욕구와 일치했는지 그리고 그 방법이 민주적이었는지 비민주적이었는지에 따라서 그들에 대한 공과 실에 대한 평가는 갈렸다.
<대한민국 대통령들>에서 각 인물을 평하며, 저자는 대통령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의 견해를 밝혔다.
"무릇 지도자란 집단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선택하는 사람이다. _ 58쪽"
"정치적 지도자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_ 445쪽 "
"대통령이 치러야 할 전쟁은 무엇인가? 그건 '사회통합'이라는 이름의 전쟁이다. 정치의 궁극적 목표이기도 하다. _ 452쪽"
"여기서 강조해야 할 대목은 대통령 자리는 한 개인이 성취욕을 만족시키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개인의 입신 영달의 정점이나 치부의 수단이 되어서도 안 된다. _ 498쪽"
익숙한 말들이고,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당연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두가 이 당연한 것을 지키겠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정권이 끝날 때면 이 모든 것을 지키지 못했다는 평이 뒤에 붙었다.
"지금 청와대로 가는 길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5년 후 다시 이 집으로 돌아올 때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던 고 김대중 대통령의 소망이 비단, 한 사람의 소망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자신이 죽을 때까지, 그리고 자신이 죽고 난 이후까지 이 소망을 품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책 속의 대통령들 가운데 누구도 이 소망을 이룬 사람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 소망이 원대한 꿈이기 때문일까. 아니라고 믿고 싶다. 분명, 대한민국 대통령 가운데 이 소망을 이룬 대통령이 나오길 소망한다.
대선을 앞둔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들>이라는 우리나라 대통령사를 읽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역사를 보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대통령들을 통해 앞으로 뽑을 대통령을 검증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할 수 있다. 대통령의 자질을 묻는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를 앞둔 나에게 있어 이 책은 나의 한 표가 가진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느끼게 해주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알게 된 점은 어떤 대통령 선거도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었고, 어떤 대통령도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나의 첫 투표가 짧게는 5년 길게는 대한민국이라는 역사를 만드는 선택이다.
이제 유권자는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분명한 답을 듣고 나서
투표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첫째, 당신은 왜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둘째, 당신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543쪽
저자의 마지막 질문에 한 가지를 더해 보자면,
'나'와 '대한민국'이 당신을 왜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더하고 싶다.
물론, 이 책의 내용만으로 12명의 대통령에 대해 평을 내리기는 어렵다. 한정된 양으로 평해야 했고, 당시 한국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문화적 면모를 알기에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사'와 '야사'가 뒤섞인듯한 이 책은 5월 9일 대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 "대한민국 대통령사"를 읽어내기에 효율적인 책임은 분명하다.
무릇 지도자란 집단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선택하는 사람이다. 국가의 큰 물줄기를 설정하거나 바꾸었다는 점에서 나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한 이승만과 그 후 대외지향적인 교류 국가로 나아가는 길, 다시 말해 수출입국의 먹고사는 길을 선택한 박정희, 그리고 대결의 연속이었던 남북문제를 교류와 협력의 햇볕정책으로 바꾸었던 김대중 등 세 사람을 준비된 지도자로 꼽는다. 그리고 거기엔 못 미치지만 권위주의의 새 실을 제시했던 노무현 또한 추가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58쪽
블라디미르 레닌은 사슬의 ‘약한 고리‘에서 혁명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90쪽
정치는 타협인데, 타협을 한 사람이 ‘타도(제명)의 대상‘이 되거나 ‘사쿠라‘로 몰리면 정치는 탄력성을 잃고 입지도 그만큼 좁아진다. 여기서 야당은 ‘선명성‘과 ‘강경일변도‘로 치닫게 되었고 여당은 이를 돌파하기 위해 ‘날치기‘로 맞서는 비극적 관행을 만들어냈다. 오늘날에도 그 흔적이 짙게 남아 있는 3공식의 대치정국은 이렇듯 ‘진산파동‘을 전후하여 생성된 것이다. 140쪽
정사 정政자는 원래 목표(一)을 향한 발걸음(止)이 똑바로 향해지도록 채찍질(攵)을 가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방향을 인도하는 자가 정치적 지도자다. 217쪽
보수주의의 아름다움은 사람이 보존하는 전통적 관습과 가치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한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추상적이고 당위적인 정의를 부르짖는 진보주의 관점에서 옳지 않았다 할지라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보수주의 관점에서 궁지에 빠진 한 개인의 생명을 구했다는 이야기는 늘 우리를 감동시킨다. 남의 ‘아픔‘을 같이 느낄 줄 알고 나와 다른 의견과 생각이 있음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진정한 보수주의다. 232쪽
이렇게 적다보면 그는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정치가요, 공적으로는 실패한 대통령이었다. 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역대 대통령들에게 대해 글을 쓰면서 보니 누구나 그 점에서 예외가 없었다. 왜 그렇게 되는 것일까? 내 안에, 우리 안에 규범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이래야 한다는 규범 말이다. 이런 잣대로는 누구도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미인도 도마 위에 올리면 5분 안에 작살난다는 말이 있다. 320쪽
5000만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대통령의 자리는 한 개인의 즐거움이나 입신영달이나 부귀영화를 위해 주어지는 자리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통령직에 대한 인식이 박근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치인들이 많다는 점에서 이제 유권자는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분명한 답을 듣고 나서 투표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첫째, 당신은 왜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둘째, 당신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5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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