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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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님 다운 톡톡 튀는 러블리한 제목이라 생각했다.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라니. 너무나 정세랑 작가님 다운 제목 아닌가!

구매 동기는 간단했다, 정세랑 작가님 에세이라서 일단 샀다. 정세랑 작가님의 글이니까. (아마 나와 비슷한 이유로 산 사람들이 제법 많지 않을까.) 소설이란 형태로 읽었던 작가님의 글과 에세이로 읽은 작가님의 글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닌 사적인 정세랑 작가님의 면을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 마음을 모두 채운 에세이였다) 그리고 알았다, 나는 정세랑 소설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프로젝트의 '여행'이란 주제에 맞는 책이지 않을까 싶어 열심히 읽었는데. 흠.. 다른 여행 책을 찾아 떠나봐야겠다.

*

문학 출판계에 들어와 가장 좋았던 건 사람들이 아팠던 이야기, 아픈 이야기를 무척 아름다운 방식으로 마구마구 해버린다는 점이었다. _ 13쪽

사실 한 사람 한 사람은 스스로를 유일무이한 존재로 여기지만, 대개는 어떤 패턴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는 게 아닐까? (중략) 특별한 것 같지만 아무도 특별하지 않다.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교육을 받고 비슷한 공동체에 속하면 비슷해진다. 그런 패턴을 확인할 때 스스로가 작아지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내가 했던 고민을 먼저 한 사람들이 있고, 내가 했던 고민을 다시 시작할 사람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면 가벼워지는 것이다. _ 28-29쪽

지구는 45억 년 되었는데,이 모든 것은 결국 항성과 행성의 수명이 다하면 아무 흔적도 남지 않을텐데, 우리는 짧은 수명으로 온갖 경이를 목격하다가 가는구나 싶었다. 경이를 경이로 인식할 수만 있었도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특별해질 것이다. 덧없이 사라진다 해도 완벽하게 근사한 순간들은 분명히 있다. _ 75쪽

나는 '두고 가다'를 흘리듯 잃어버린 것, 쓰고 버린 것에 다 적용했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아주 제멋대로, 주관적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_ 93쪽

여행지에 이르러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사실은 아름답지 않다니' 중얼거릴 때 반대 방향으로 미끄러지는 마음은 현기증을 일으키고 만다. _ 203쪽

효과를 믿기보다 강렬하게 바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되새기는 것 자체가 의미 있었다. _ 240쪽

"너랑 결혼하면 안 되겠어. 한 달이 그냥 지나가버렸네. 너랑 결혼했다간 눈 깜짝하면 할아버지일 거야.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지."
깔깔 웃고 나서 그러자, 결혼하지 말자, 했는데 같이 있으면 즐거웠기 때문에 서른한 살에 덜컥 결혼해버렸다. _ 296쪽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직접 항로들이다. 그리고 굴절되지 않은 길들을 아끼고 우선시하는 일이다. _ 335쪽

좀 이상한 고백인데, 죽은 작가들과 서점 순위에서 치고받고 싸우는 것이 내심 즐겁다. _ 353쪽

아동문학을 스고 싶었는데 다른 방향으로 와버렸지만, 세계에 대한 태도를 다시 다잡고 싶을 때는 역시 아동문학을 찾게 된다. _ 3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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