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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조금 다를 뿐입니다 - ADHD, 아스퍼거 등 신경다양성을 가진 아이를 위한 부모 가이드
데보라 레버 지음, 이로미 옮김 / 수오서재 / 2021년 6월
평점 :
보통에서 조금 벗어난 자녀를 둔 부모는 다른 부모와 대화에서 자식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일반적이지 않은 일상, 혹시나 싶은 기대가 역시나 싶은 현실로 다가올 때마다 무너지는 마음을 어디에도 말할 수 없다. ‘장애도’라는 말이 있다. 장애가 있는 자녀나 가족 구성원이 있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살아나가기 위해 때론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의지로 세상과 멀어지는 것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아이도 부모도 모두 힘들어질 뿐이다.
《우리 아이는 조금 다를 뿐입니다》의 데보라 레버는 다른 양육 방식을 제안한다. 보통에서 조금 벗어난 아이를 가리키는 수많은 진단명( ADHD, 아스퍼거 증후군, 불안장애, 학습장애 등)이 아닌 아이의 ‘다름’과 ‘다양성’을 지지해주는 양육법을 소개한다. 그녀는 진단명이 아닌 두뇌회로가 다른 ‘신경다양성’을 가진 것이라고 재정의하고, 아이와 부모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18가지 실천 양육법을 알려준다.
책을 읽으며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보통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오늘날 평균적으로 약 20%의 아이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이 사회에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아이를 둔 부모님들은 남들과 다른 자녀를 보며 불안의 질문을 대뇐다. 내 아이가 잘 자랄 수 있을지, 언젠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지, 사회에서 우리 아이가 어떤 존재가 될지. 저자는 불안과 걱정으로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에게 아이를 온전히 바라보고 이해하며, 아이만을 위한 길과 방향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비현실적인 방법을 제안하지 않는다. 자녀로 인해 불안한 마음을 인정할 것을 말하며, 아이의 현실을 왜곡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받아들일 것을 말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정상의 기준에 다가선 불가능한 기대를 버릴 것을 말한다. 대신 그 자리에 아이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아이 맞춤형 시간을 가동하며, 자녀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길 조언한다. 그리고 자녀를 양육하며 지칠 수 있는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반드시 가지며, 배우자와 상의하고, 부모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기억하라고 당부한다. 실용적인 지침은 두뇌회로가 남들과 다른 아이를 둔 부모뿐만 아니라 내 아이만을 위한 양육법을 고민하는 부모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 많다.
개인적으로 장애가 있는 남동생이 있는 누나로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더 이 책의 메시지가 가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가진 부모님이 겪는 어려움을 경험하지 않았지만 지켜보았던 이로써 조금이라도 혼자 자신의 자녀를 감당하며 마음이 무거워지는 부모님이 이 책과 함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길 바랬다. 저자가 조직한 커뮤니티처럼 우리나라에도 각종 온라인 공간에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의 커뮤니티가 많이 있다. 하지만 커뮤니티에만 존재하는 이야기가 조금 더 우리사회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육아서이지만 동시에 두뇌회로가 다른 아이가 우리 사회에 존재할 때 개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기회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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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회로가 다른 아이를 양육하는 나만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반복해서 하고 정직하게 그 답을 찾아보자. _145쪽
아이의 독특한 두뇌회로를 적극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이는 있는 그대로 존중받아야할 존재이며, 존재만으로 특별한 선물이다. _188쪽
아이의 삶이 우리가 기대하던 것이 아니라서 스스로에게 슬퍼할 여지를 허용했듯, 우리나 아이들에게 일어난 것과 관련해 남들의 불쾌함이나 불편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중략) 괜찮다.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모든 힘든 감정처럼 핵심은 그 감정을 인정하고, 표출하고, 넘어가는 데 있다. _ 327쪽
현재를 살지 않으면 작은 것들을 놓친다. 뭔가 좋은 것을 찾으려고 열심히 알아보는 때조차 아주 작지만 밝게 빛나는 좋은 일을 놓쳐버린다. 작은 성장이지만 빛나는 순간, 기쁨이 터지는 순간이 있다. 이런 것을 경험하려면 지금 여기에 온전히 존재해야 한다. 마음을 열고 현재 이곳에. _ 3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