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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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작가의 《우리가 쓴 것》은 다양한 세대의 여성 이야기가 모아진 소설집이다. 내 주변 어딘가에서 있었을지도 모르고, 기사를 통해, SNS를 통해서 보았을 법한 일이 한 편 한 편 소설로 옮겨져 있었다.


평범하고 당연한 일이면서 그렇지 않았다. 치매가 있는 언니가 있는 동생, 자신의 소설에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악플러를 고소하는 사람, 아버지와 적당한 거리감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딸, 본인의 이름 대신 '미스 김'으로 있는 존재, 가스라이팅을 하는 연인이 있는 사람, 친정엄마에게 육아를 부탁해야만 하는 딸 등이 소설에 등장한다. 등장하는 인물은 누구도 안정적이지 않았다. 불안한 상황에 있었고 조남주 작가는 그 불안한 인물이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으로 자신을 지키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소설을 읽는 이가 인물을 걱정하기보다, 표현하지 않은 인물들의 내일이 오늘보다 괜찮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소설집에서 <오로라의 밤>과 <여자아이는 자라서>가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첫사랑 2020>은 귀엽고 안타까운 마음에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작품을 읽다 보면 인물들이 걱정하고 신경 쓰이는 마음을 간직한 만큼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지금 이후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그 순간순간에 자신이 걱정하는 상황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렇게 최선의 오늘을 보내는 것이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여성이기에 날 서고 예민한 순간들이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그럴 때면 나의 오늘에 최선을 다하며 그 순간이 다시금 오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가만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고 듣고 그 마음을 생각하는 건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특히 여성주의 서사의 소설을 자주 읽지 않지만 읽을 때면 내가 하는 고민에 내 성별이 '여성'이어서 긋는 한계에 나도 모르게 쌓인 우울감을 툭 털어내게끔 만든다. 나만 느꼈던 것은 아닐까 속으로만 생각했던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괜찮아지는 위안을 얻곤 한다. 조남주 작가의 이번 신작 《우리가 쓴 것》은 청소년부터 노년까지 다양한 세대의 여성 이야기가 모여 있어, 이런 생각도 했다. 다른 세대의 다양한 여성 서사를 다시 이야기하는 조남주 작가의 소설이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곳에 가닿았으면 좋겠다고.

 

※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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