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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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책을 읽고 있다. 유독 책에 깊이 몰입하게 되는 때가 있고 책읽기에 게으름을 피우게 되는 때가 있다. 요즘 내가 책읽기에 대한 의욕이 한풀 꺾인 상태다. 매일매일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장바구니를 야금야금 채우던 손길이 더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는 온라인 서점이 아닌 책에서 책을 불러내야 한다.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는 또 다른 책을 부르는 책이었다. 


온라인에서 발견할 수 있는 책소개 혹은 서점에서 책을 이리저리 매만지며 얻을 수 있는 책 정보와 다른 결의 만남을 부른다. 이미 그 책들을 소화해 다른 책과 함께 자기 생각을 버무린 글에는 이 책을 읽어보라는 강력한 추천보다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다. "사라마구는 심금을 울리는 품위와 재치를 담아, 그리고 자기 작품을 완전히 제어하는 위대한 예술가답게 단순하게 글을 쓴다. 우리 시대의 진정한 원로이며 눈물이 있는 남자, 지혜로운 남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라는 글을 읽고 어떻게 사라마구 책을 읽지 않을 수 있을까. (자연스러운 책광고란 이런 것일까.) 


처음에 책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들어가고, 그 다음은 작가에 대한 견해. 그렇게 르 귄이란 작가가 자신의 내면에 쌓인 책의 세계에 닿는 기분이 들었다. 책에 대한 책은 유독 책에 대한 짙은 사랑이 묻어 있다. 글을 따라가면 그녀가 감동한 서사와 감정의 동요가 있다. 그래서 다시 책을 읽고 싶어지는 마음이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는 중인 나에게 이 책은 또다른 책의 세계를 통과하는 기분을 주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나니 부지런히 책을 찾아내 일상을 독서로 꽉꽉 채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막연히 스쳤다.


SF 판타지의 거장 어슐러 르 귄의 작품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를 읽고 나니, 그녀가 만든 세계가 조금은 궁금해졌다. 그녀가 책과 책의 세계에 대해 쓴 책을 읽다보니 아직 만나지 못한 세계가 얼마나 많은지 가늠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칼비노의 작품이 궁금해져 미리보기로 살포시 읽었다. 이내 어려워 장바구니에 담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그녀가 세밀하게 서술한 칼비노의 세계에 내가 들어서지 않을까 싶다. 



*


세상엔 많은 나쁜 책들이 있지요. 나쁜 장르는 없어요.

물론 어떤독자에게 매력이 없는 장르는 있지요. 모든 서사 유형을 똑같이 좋아하거나 가치 있게 여기는 독자라면 무차별하다 못해 무능해질걸요. _ 40쪽


선명하게 말하되, 그 말들 주변에 침묵의 영역을, 빈 공간을 남겨 두어 다른 이들의 마음속에 다른 진실, 더 나아간 진실과 통찰들이 생길 수 있게 하는 거죠. 그 공간이야말로 이런 말들이 나오는 곳이니까요. _ 98쪽


우리 손끝에 달린 온갖 유혹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 읽기를 익힌 고집스럽고 내구력 있는 소수가 오랫동안 그러했듯 앞으로도 계속 책을 읽으리라 믿는다. 종이든 화면이든,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것이다.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들은 대게 그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하기에, 그리고 아무리 막연하다 해도 그 공유가 중요하다고 느끼기에, 어떻게 해서든 책이 다음 세대에도 존재하도록 만들고야 말 것이다. _ 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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