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나로 살 뿐 2 - 원제 스님의 정면승부 세계 일주 다만 나로 살 뿐 2
원제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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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스님의 만행기의 두 번째 이야기 《다만 나로 살 뿐 2》는 1권에 이어 또 다른 여정이 펼쳐져 있다. 런던이나 도쿄처럼 내가 가본 곳도 있었지만 가보고 싶었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대륙의 이색적인 풍광과 생경한 경험이 담겨 있어 흥미로웠다. 1권보다 2권은 스님의 인간적인 면모가 더 잘 드러나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셀죽에서 만난 꼬마 악동들 앞에 긴장하는 모습이나 탄자니아 카페에서 흥미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따갑게 느끼지 않고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여정 중간의 쉼처럼 빙긋 미소짓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삶은 나 자신의 진실을 누리기 위한 선물처럼 있는 것”이며, “내 의견과 분별만 고집하지 않으면 삶의 생생한 면모들이 그 자체로 진실의 형태로 떠오른다”라는 스님의 삶의 태도가 여행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계 여행을 하며 경험을 어떻게 끌어안을 수 있는지, 그 끌어안은 경험에서 나는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는지를 담은 글은 자신뿐만 아니라 여행에서 자신의 삶에 순간으로 혹은 조금 더 긴 시간으로 들어온 누군가를 진정으로 보듬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수많은 여행에세이가 있고, 그 에세이에는 낯설고 이국적인 풍경 내가 해보지 못한 경험이 담겨 있다. 원제 스님의 여행기가 무엇이 달랐는지를 생각해보았다. 세계여행이라서 스님의 여정이라는 점도 특별한 점이다. 하지만 인연으로 만남으로 쏟아진 모든 것을 수용하는 삶의 자세를 글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우리는 스님이 여행한 45개국이라는 나라 이상으로, 나와 너무도 다른 다채로운 삶을 살아온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과의 만남을 옳고 그름으로 단순하게 갈라내기보다, 수용할 부분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으면 어떨까. 당장은 어려워도 시간의 흐름에 나를 맡겨보고자 한다. 내 인생이란 여정에서 ‘다만 나로 살 뿐’이란 말이 빛나면 참 괜찮지 않을까. 


친구는 런던에서 보낸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아쉬웠다고 했지만, 나는 스님의 여정을 읽으며 한 번은 런던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해보고 싶어졌다. 기독교 세계관이 깊이 자리한 영국에서 기독교의 가장 큰 축제의 날에 예배를 드리고, 그 종교 깊숙이 들어갔다가 나온 스님의 표현이 좋았다. 스님이 가장 오랫동안 포옹한 러처드의 “마음이 견고하지 못해 자주 흔들리고 남에게 곧잘 상처받는 연약함을 인정하고 다른 이를 위해 마음을 내어주는” 삶의 태도가 인상적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물론 내가 런던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건, 런던을 감싼 화려한 전구와 어디를 가도 쉽게 찾을 수 있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이겠지만. 스님처럼 나에게도 행운이 온다면 성공회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감사함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 진정한 용기로 수행해 나를 자연스럽게 놓아주고 나를 지켜내기를 포기한다면, 결코 바깥 대상과 싸울 일이 없습니다. 싸움이 없기에 승패 또한 없습니다. 그러할 때 비로소 정의가 이미 완성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행복이 내 눈앞에 곧장 펼쳐져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내가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은 이 정의와 행복을 구현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_ 33쪽


그 모든 일은 나로부터 시작됨을 명백히 알고, 또한 이러한 온갖 인연을 알맞게 받아들이며 나로서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지혜로운 삶일 것입니다. 지혜는 삶의 필수 요소입니다. 그러나 이 지혜가 특정한 방식으로 정해진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그 모든 생각이 자유롭게 펼쳐질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이 지혜의 미덕이고, 자신의 선택과 책임을 분명하게 알게 해주는 것이 지혜의 역할일 것입니다. _ 118쪽


아이러니. 세계 일주를 하며 사람들의 삶을 지켜볼 때 가장 많이 떠올린 단어 중 하나였습니다. _ 218쪽


눈앞은 이미 오래전부터 찾아와 있었건만 눈으로도 볼 수 없고, 앞도 뒤도 없고, 말이나 생각으로도 가닿지 못하기에, 오히려 만나기가 힘든 것이었습니다. 이미 만났음에도 말입니다. 이후 저는 눈앞으로 살았습니다. 눈앞으로 살아가며 여러 인연에 익숙해지느라, 눈 앞에 펼쳐진 삶의 일들을 온전하고도 분명하게 다져가느라, 이런 수행을 한답시고 약간은 더디게 세계 일주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_ 3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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