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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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하지만,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것. 내 것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남의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것. '마음'이 그렇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렵고, 설사 마음이 통했다고 해도 한순간에 쉽게 틀어져서 마음은 어렵다. 또 그 모든 과정에 마음은 흔적을 남긴다. 좋았던 순간뿐만 아니라 마음이 통하고픈 간절함이나, 어긋나 깨어져 버린 아픔은 유독 시간이 지나도 지울 수 없는 흉으로 깊이 남는다. 모든 이와 관계를 단절한다 해도 자기 자신과 관계를 끊지 않는 이상 이어지는 '마음'은 인간이라면 놓을 수 없는 고민이기에 어렵고 또 어렵다.

나쓰메 소세키 《마음》은 일본 메이지 시대가 끝나가던 20세기 초, 당대 지식인의 관계로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의 마음'에 힘겨운 '개인'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있는 '나'와 세상과 사람에 대한 모든 기대감을 잃은 '선생님'. 대조적인 두 인물이 자신의 괴로움을 나누며 서로의 마음에 가닿는 점이다. 거리를 두는 선생님께 다가가려던 '나'가 비로소 선생님의 마음을 알게 된 순간, '선생님'이 자신의 마음을 설명할 수 있는 순간이 물리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나는 시점이란 점에서는 먹먹한 작품이었다.

어두운 것을 가만히 응시하고 그 안에서 자네에게 참고가 될 만한 것을 붙잡게.

선생님이 나에게 보낸 편지에는 누구에게도 유일하게 신뢰했던 관계를 깨트린 인간이 했던 선택. 그 후 누구에게도 신뢰를 줄 수 없어 누군가에게 남긴 상처. 그 상처가 되돌아오며 무너지는 씁쓸한 인간의 괴로움이 있었다. 자신의 본심을 마주하는 것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일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숙명이듯, 인간이라면 내 안에 숨겨진 자신만의 고독에 닿아야 하는 순간이 있다. 이를 똑바로 응시할지, 힐끗 보고 돌아설지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나의 본연을 발견하고 마주하는 순간에 개인은 그 이전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

"예전에 그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기억이 이번에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올리게 하는 거라네. 나는 미래의 모욕을 받지 않기 위해 지금의 존경을 물리치고 싶은 거지. 난 지금보다 한층 외로울 미래의 나를 견디는 대신에 외로운 지금의 나를 견디고 싶은 거야. 자유와 독립과 자기 자신으로 충만한 현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 대가로 모두 이 외로움을 맛봐야 하는 거겠지."

누군가에게 내 솔직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내 마음의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는 것이 점점 어렵다. 선생님에게 다가가려는 '나'의 마음보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선생님'의 마음에 더 끌렸던 이유는 그동안 인간관계에서 남은 상처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마음의 딱지가 만든 벽이 무너지기는커녕 점점 두껍고 단단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믿고 싶지만 한편으론 상처받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때론 미소로 때론 외면으로 내 본심을 숨긴 채 저마다 자신의 외로움을 키워내는 것이 먼저 태어난 선생, 아니 어른이 되는 과정일까. (그래서 '선생님'인걸까?)

나조차 믿을 수 없어 남을 믿을 수 없는 마음. 그런데도 마음을 주고 싶지만 정작 줄 수 없는 공허함. 그 채울 수 없는 아이러니한 마음의 역설이 주는 고독을 끌어안은 인물을 정갈하고 섬세한 이야기로 풀어낸 《마음》. 나쓰메 소세키가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자신의 마음에 남겨진 자국을 어떤 마음으로 응시했을지 궁금해진다. 그 지켜봄이 역설적인 마음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소설가로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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