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더스의 개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13
위더 지음, 김양미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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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플랜더스의 개》를 처음 읽었던 순간이 기억난다. 내가 그동안 읽어온 동화와 다른 충격적인 결말에 놀랐다. 다시 읽으니 넬로는 할아버지와 함께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손자였고, 가여운 파트라슈를 정성껏 돌보는 친구였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하고자 마음을 쏟는 소년이었고, 자기 그림에 값어치가 비단 돈으로만 환산되지 않는다는 걸 아는 화가였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각각의 면모마다 마냥 밝지 않고 때론 속상해하고 슬퍼하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다.

다른 동화에 등장하는 고난과 역경에도 지지 않는 비범한 주인공과 달리 자신의 결핍에 속상해하는 넬로는 어렸을 때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 만나야 할 인물이었다. 힘들어질 때 지칠 때, 마음을 의탁할 곳이 파트라슈 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난 내 경험을 바탕으로만 이야기를 이해하는 평범한 초등학생이었다.

어렸던 나에게 착하고 재능있는 넬로의 죽음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얄궂은 운명은 시련을 사람을 골라가며 주지 않고 때론 잔혹하게 줄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여전히 넬로의 죽음은 속상하다. 다만 어렸을 때는 하느님이 너무하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넬로 곁에 왜 다정한 어른 딱 한 사람이 없었을까 싶은 속상함이 앞선다.

동화가 아이를 위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작가가 이 이야기를 아이를 위해서만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 이야기가 19세기부터 지금까지 아이에게 전해지는 동안 그 전달자는 늘 아이의 부모이거나 어른이었을 것이다. 내가 부모님이었다면, 이 이야기를 읽다가 나를 돌아보았을 것만 같다. 나의 무신경함에 소중한 한 생명이 오래 사는 것보다 죽음을 자비롭게 생각하지는 않는지를.

지금 읽으면 19세기에 나온 이야기라서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이 이야기가 앞으로도 오래도록 전해지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신처럼 다정한 친절을 건넬 어른이 많은 세상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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