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어느 순간은 영화 같아서
이미화 지음 / 인디고(글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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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좋았다. 정말 그런 순간이 있으니까. 내가 즐겨보는 블록버스터가 현실에서 벌어지지는 않지만, 잔잔한 일상에 감정의 파형을 일으키고 언젠가 잔잔해지는 영화 같은 일이 이따금 찾아온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어려움으로, 감당하고 싶을만큼 기쁘게, 때론 예기치 못한 놀라움으로 말이다. 그런 순간을 기록으로 남긴다면, 이와 같을까. 《삶의 어느 순간은 영화 같아서》는 내 삶에 영화가 스며든 순간을 놓치지 않고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든 사람의 기록이었다.


 

나에게도 유독 특별하게 다가왔던 영화 작품이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보아서 인상적인 작품도 있었고, 누군가 때문에 인상적인 작품이 되기도 했고, 나의 시간과 닮아 있는 장면에 마음이 찌르르 떨리기도 했고, 한참을 웃다가 생각지 못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걸려 넘어져 멍해질 때도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아끼는, 좋아했던, 이젠 피하게 된 작품이 책을 읽으며 이따금 떠올랐다.


 

영화는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다. 언젠가 영화는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 마침표를 찍기 마련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 다시 내가 돌아와야 하는 곳은 일상이다. 마음을 기대고 싶은 곳만을 찾아 영화 속 세계를 다니며 그 세계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의 기억과 행동, 말로 나 자신을 멀찌감치 떨어져 보는 것 같은 글이었다. 이것이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위로가 아닐까. 영화와 함께 단단한 자신의 약했던 마음에 엔딩 크래딧을 어떻게 올렸는지 작가님은 자신의 방식으로 보여주었다.


 

내 것 아닌 것이 내 안에 들어오는 순간은 내가 약해져 있을 때일 때가 많다. 마치 갑각류가 허물을 벗고 가장 약해졌을 때 새 껍질을 가지게 되듯이. 작가님에게 영화가 스며든 순간이 그랬다. 행복하고 좋았던 순간이기보다, 작가인데 글쓰기에 슬럼프가 왔을 때, 글이 내 맘 같지 않을 때,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게 될 때 등. 자신감도 자존감도 작아져 있을 때였다. 그렇게 멍하니 영화를 따라가다 괜찮아진 순간을 덤덤하게 담고 있었다.


 

책을 읽고 나서 좋았던 문장을 쭉 바라보며 생각했다. 인생의 깊이를 더한다는 것이 한 가지를 파고 또 파고들어 얻어내는 것은 아니란 생각을 했다. 다양한 영화 작품에서 찾아낸 조각들을 이어붙이며 만든 자신만의 프리즘이 만든 스펙트럼도 삶의 깊이감을 만들 수 있다고. 영화를 보며 모아둔 작은 조각이 꽤 근사한 나만의 빛을 만든다고. 그 빛이 내 인생을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들 영화를 쏘는 영사기 빛이 된다고. 그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좋은 생각을 부르는 책이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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