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헝거 게임 시리즈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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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영화 <조커>를 인상 깊게 보았다. 충격적이고 그래서 인상 깊었던 영화 <다크나이트>의 프리퀄 영화, 설명할 수 없는 악의 근원 같은 조커의 인생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몰랐을 때 더 나을지도 모를 비밀을 풀어보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프리퀄 작품을 본다는 건 작품을 깊이 알고 싶은 욕망과 있는 그대로 멈추어서 여운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끝에 내 호기심이 압승했을 때에 가능하다.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를 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흰 장미를 가슴에 꽂는 판엠의 대통령. 속을 알 수 없고, 그 알 수 없는 속으로 잔인무도한 게임을 계속해서 시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니 그는 사람을 극단으로 치닫는 헝거게임의 주최자가 되었을까? 영화 <헝거 게임> 시리즈를 보며 궁금했다. 코올라누스 스노우의 뒷이야기가 난 궁금했다. 12구역을 그렇게나 증오하고 어쩌면 두려웠을 그의 다른 이야기가.


이 소설은 코올라누스 스노우가 캐피톨 아카데미에 다녔던 열여덟 살 때 시절을 담은 이야기다. 익히 잘 알고 있는 헝거게임 프리퀄 작품이다. 수잔 콜린스의 신작의 새로운 주인공이 스노우라니. 스노우가 열여덟 살이고, 펜엠은 전쟁으로 온세상이 폐허가 된 캐피톨과 12구역으로 나뉘어진 독재국가에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스노우는 집안과 명예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 배를 곯고 입고 나갈 옷이 없어 아버지의 옷을 기워야 할 만큼 찢어지게 가난하다. 


스노우만 극한 상황이었던 것은 아니다. 전쟁 후 극심한 굶주림이 펜헴을 뒤덮은 곳에서 식량배급 시스템으로 죽지 않을 정도의 식량만 공급되고, DNA 조작을 통한 동물 실험을 자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 머테이션이 등장한다. 여기서 머테이션은 인간의 목소리를 포착해내는 기능으로 활용된다. 이 기술이 바로, 책 제목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데, 궁금하다면 소설에서 확인하길 추천한다. 


스노우는 가난하긴 했지만, 똑똑한 학생이었다. 마음이 여렸고, 속으로 조바심도 많이 느끼는 학생이었다. 기울어진 가세에 대한 열등감을 채우는 건, 아카데미 유망주라는 자부심이었다. 그리고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그가 기대하는 것은 아케데미 대학에서 장학금이란 금전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목표뿐이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그는 제10회 헝거게임 멘터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물론 그의 과정은 험난하다. 하필이면 그는 12구역 최약체 루시 그레이 베어드를 배정받는다. 하지만 그는 체력적으로 최약체인 그녀의 장점이 노래라는 점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녀의 쇼맨십을 이용해 헝거게임 우승이란 목표를 달성하기로 전략을 짠다. 마치 이 전략은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 첫 편을 연상하게 만든다. 스노우보다 때론 더 전략적인 그녀는 가장 먼저 죽음을 맞이할 줄 알았는데, 가녀림이 극적으로 캐피톨 시민들의 마음을 녹인다. 


루시는 캐피톨 시민들의 마음 뿐만 아니라 그의 멘터 스노우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내가 지금까지 보았던 스노우와 전혀 다른 모습과 내가 아는 스노우의 모습이 겹쳐질 때마다 묘한 즐거움이 스쳤다. 이해할 수 없었던, 어쩌면 알 수 없었던 스노우의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지고, 열여덟 살 그에게 닥치는 시련과 그 시련을 극복할 때마다 내가 아는 스노우의 모습으로 한 걸음씩 다가갈 때마다 '그랬구나.'라는 이해에 닿을 수 있었다.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버둥거리는 스노우가 60년 뒤에 그 현실을 고착화하는 수장이 된다는 걸 알았을까. 헝게 게임에서 극한의 공포를 느낀 스노우에게 삶과 죽음은 자신의 몫이며, 자신이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지켜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좀 가여웠다. "그리고 그는 사랑이 싫었다. 사랑이 그를 멍청하고 나약하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게 싫었다."라는 고백을 하는 청년이 스노우 대통령이 되는 건 설명 가능한 일이었다.

(그나저나 이 작품 영화로 만들면 스노우는 누구로 캐스팅을 할까? 루시는 젠다야가 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아주 잠깐 했다.)



※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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