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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평점 :
살다 보면, 자꾸만 인생이 꼬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떻게든 산다는 걸 알지만, 지금 내 삶이 불안할 때면 스미는 생각이었다. 그럴 때면 누군가 멀리서 보고 잘하고 있다고, 괜찮다고, 그대로 나아가도 된다고 말해주면 참 좋겠지만 그렇게 알려줄 사람도 없거니와 나 스스로 한 발 뒤로 물러서 나를 바라볼 여유 갖기도 벅찬 순간이 있다.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는 그런 순간. 더듬거리며, 천천히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고 살금살금 나아가기도 벅찰 때. 내 삶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그런 때에 읽으면 좋은 책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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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구에서 떨어진 애니가 유년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 지금의 삶에 어떻게 이르렀는지 책에 나온다. 자신의 실수와 그 실수에도 삶을 이어나간 궤적에는 누군가의 삶이 이어져 있었고, 자신 역시 누군가의 인생의 궤적이 되어주었음을 확인한다. 이를 읽으며 한 사람의 생과 다른 사람의 생은 이어져 있다고, 그 이어짐 속에서 때론 상처를 받을 수 있지만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고. 그렇게 이어지고 살아간다는 말은 내가 선택한 삶의 방향은 마냥 틀린 것만은 아니라고. 때로는 잘 잡고 있으며 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어떻게든 잘 도착할 수 있다는 격려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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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나의 힘으론 온전히 채울 수 없었고, 그렇다고 이해할 수도 없었던 삶의 빈틈을 채워주는 만남이 정말 있을까? 죽음이 끝이 아니라면, 이 책이 말하듯 죽음 이후에 시작하는 세계가 있다면, 나와 알게 모르게 이어진 다섯 사람은 누구일까. 삶의 어떤 순간으로 얽혀져 있을까. 궁금해졌다. "살아 있는 동안 매일 뭔가를 잃어. 때론 방금 내쉰 숨결처럼 작은 걸 잃고, 때론 그걸 잃고는 못 살 거 같은 큰 걸 잃기도 하지.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살아." 몰라도 살 수 있겠지만, 난 삶의 자리에서 그 비밀을 알고 싶다. 잃어버린 삶의 조각을 발견할 수 있는 만남을 천국이 아니라 현실에서 마주하는 것이 더 행복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