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위로 -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강세형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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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위로》는 강세형 작가가 3년 동안 모은 고이 모아둔 위로의 순간을 기록한 에세이다.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라는 에세이로 처음 알았고 그저 좋아서,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나를, 의심한다》를 차례로 다 읽었던 작가님이 참 오랜만에 낸 에세이. 난 설렜고, 그저 이 책이 출간되었다고 너에게 선물해도 되느냐고 오랜만에 물어보고 싶은 사람이 떠올라 행복한 책이었다.


차분히 책을 읽었다. 이전 작가님 에세이와 달랐다. 내가 작가님의 글을 좋아했던 이유는 작가님의 시선이 닿았던 곳, 마음이 동했던 지점에 있었던 마음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보고, 나는 이렇게 생각했고 그 생각으로 내 마음은 어떻게 되었다는 것을 표현하는 작가님의 글이 좋았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 작가님의 생각과 마음은 있었지만 작가님의 삶은 잘 보이지 않았다.


글 뒤에 숨어 있는 강세형 작가님이 궁금했고, 어떤 삶을 살아가는 분인지 알고 싶었다. 《희한한 위로》는 처음으로 작가님이 자신의 삶을 기록한 에세이였다. 입안이 모두 헐어서 맛있는 떡볶이를 먹기가 쉽지만은 않은 베체트병을 앓고 있음을 고백했고, 작가님의 소중한 지인이 등장하고, 엄마와 보낸 일상, 식물을 가까이하는 삶까지 다 기록한 글이었다. 그래서 나에겐 이전 에세이에서 보다 더 마음에 닿는 메시지가 많은 책이었다.


그저 내가 나를 위로하고 싶었고, 내가 발견한 위로의 순간들을 나 스스로 잊지 않도록 기록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이, 당신의 위로를 발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_ <다섯 번째 집> 중에..


책을 다 읽은 후, 사람에게서 온전한 위로를 언제 받아보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진정한 목소리로 따뜻하게 해준 소중한 내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떠오른다. 나에게 준 따뜻한 말이나 행동은 분명 나의 슬픔과 괴로움을 달래주는 위로의 순간이 떠오른다. 그 순간이 온전하다 말할 수 있을까. 아니었다. 내 마음의 슬픔이 멎을 수 있었고 달래주는 순간은 누군가 나에게 건넨 위로의 때가 아니었다. 나의 어려움과 슬픔이 무엇인지 아는 내가 그 슬픔에 젖은 눅눅한 마음을 말릴 수 있는 적당한 온기와 빛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어쩌면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작정하고 내뱉어진 의도된 말에서보다는,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그래서 나는 가끔 내가 위로를 '발견'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_ <희한한 위로> 중에..


《희한한 위로》를 읽고 생각을 정리하니, 명확해졌다. 나에게 위로는 이런 것이다. 누군가 작정하고 주는 말이 아니라 그 수많은 말이 나의 괴로움의 자리에 내가 잘 넣어주는 것. 신을 제외한 유일한 내 마음의 주인인 내가 발견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위로였다. 누군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희한한 위로》에서, 또 다른 책에서 내가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 그 외 내 삶을 반짝이게 하는 행복의 순간들을 잘 정리해두어야겠다. 언제 희한한 위로가 되어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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