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 2년마다 이사하지 않을 자유를 얻기 위하여
강병진 지음 / 북라이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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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최초주택구입표류기》는 은평구 거주민으로서 격하게 공감한 에세이였다. 구체적인 지명과 집값이 낯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 부동산을 지나갈 때면 힐끗 눈으로 집값을 보았기 때문이다. '저렇게 저렴한 집이 있다고?'라는 생각이 들게 할만큼의 집도 있었지만 《생애최초주택구입표류기》를 읽으며 알았다. 세상 모든 재화의 가격에는 이유가 있다고, 그리고 그 이유는 꽤 현실적이라고.


실용 에세이라서 좋았다. 실용적인 책이라서 좋았고, 정말 구체적으로 독립과 부동산 구입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담겨 있어 마음에 들었다. 마흔에 독립을 처음으로 준비한 사람의 글은 서점의 부동산 책에선 알려주지 않는 실거주 목적의 집 구입 방법을 알려준다. (왠지 부동산 투자 책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할 이 예쁜 책의 앞날에 눈물이 나는 것...)


자신이 살 월세 오피스텔 (어머니 집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을 사는 이야기와 어머니가 거주하고 미래에 내 집이 될 빌라를 사는 이야기로 나뉘어 있는데 두 가지 모두 매우 유용하다. 개인적으로 오피스텔 구입기가 좀 더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로 다가왔고, 빌라 구입기는 조금 먼 미래의 나에게 유용할 이야기였다. 결론은 알찬 내용의 책이었다.


거창하게 주택구매를 논하기에 나의 통장은 너무나도 작고 소중하다. 고작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사는 것만으로도 벅찬 나의 통장에게, 주택구매란 과업을 부여할 수 없다. 그렇지만, 조금 긴 호흡으로 나의 독립, 기왕이면 "2년마다 이사하지 않을 자유"가 보장된 독립을 하고 싶다, 요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부모님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할 때가 진짜 어른이 되는 순간이라고. 부모님과 함께 살 때 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단단한 안정감을 느낀다. "우리 집"일 때 받는 강력한 보호감은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그 공간에만 머물 때 자라지 못하는 아이 같은 내가 있음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나의 공간을 스스로 준비하고 결정하고, 채우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른으로 성숙해질 수 있음을 느꼈고, 나 역시 내 공간에 대한, 내 삶을 더 많이 나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기 시작했음을 인정했다. 다만, 저자와 나의 차이는 난 월세 65만 원을 지급할 만큼의 효용보다 집이 주는 안온함과 독립했을 때 찾아오는 외로움과 두려움이 더 크다는 점이다.


'맞아, 맞아.'라고 말하다가도, '그래도 우리 집이 좋은데.'로 귀결하는 내 생각 회로는 경제 상황과 자신의 능력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독립이란 선택지를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건, 아주아주 먼 훗날이라 생각했던 '우리 집'이 아닌 '내 집'이 더 익숙한 삶이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조금 더 그 삶에 가까이 가고 싶어질 때 꺼내봐야겠다.


추신, 표지가 너무 예쁘다. 색감도 종이 질감도…. 이렇게 책이 예쁠 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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