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 소리 없이 누운 자리만 남았다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지안 등 13명 지음 / 푸른약국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그런 하루가 있다. 행복을 꾹꾹 눌러 담아 압축한 듯한 하루. 좋은 일이 자꾸만 내게로 와서 행복이 찰랑찰랑 넘칠 것만 같은 하루. 반면에 그런 하루도 있다. 마음이 쩍쩍 갈라져 바스러져 있는데, 그런 마음을 자꾸만 할퀴는 손길만 더해지는 하루. 있는 행복마저 다 앗아가서 마음속이 탈진해서 지쳐 나가떨어질 것마 같은 하루. 다행스러운 건 전자와 같은 날이 많지 않듯, 후자와 같은 날도 많지 않다.


그런데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 소리 없이 누운 자리만 남았다》를 다 읽은 날이 후자인 날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은 지 며칠이 지나도록 감상을 미적미적 남기지 못했다. 시를 읽는 데는 영 소질이 없는 터라, 시와 에세이가 담겨 있는 구성에 살까 말까 망설였지만. 올해 사야 할 시집 할당량(?)을 채울 겸 샀다. 덕분에 괜찮은 시를 찾았다, <미술관>이란 시를.

사람도 변하고, 사회도 변하지만 어떤 시간, 어떤 공간에서도 살아있는 모든 것은 사랑을 한다. 그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사랑의 대상이 변하고, 사랑의 형태와 깊이가 변할지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하며 살아간다. _ <첫눈> 중에..

<첫눈>이란 글을 읽었다. 좋았다. 그 글의 시작이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은 언제나 기분을 들뜨게 한다."라는 것도. 그렇게 글의 제목이 처음의 설렘이 가장 듬뿍 묻어난 '첫눈'이라는 점도 난 좋았다. 그 글을 읽기 직전이 내 기분이 바닥에 바닥을 칠 때라서 더 다행이었다. 글이 눈에 들어온 순간이 이미 감정의 최저점을 치고 올라오고 있었으니까.

속된 말로 정신줄 놓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내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인가를 아는 것도 참 중요하다.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중요한 것도 많은 세상이지만 '내 밸런스'가 제일 중요하니 나 부터도 무탈한 하루를 보내도록 해야겠다. _ <밸런스> 중에..

과거의 나가 더 빛나 보이는 것만 같아 지금이 칙칙해 보일 때.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듯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을 때. 나도 모르게, '저 참 변했죠.'라고 씁쓸하게 말할 때. '다 그런 거야'라는 말이 아닌, 내가 변하지 않은 모습을 발견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건 참 힘이 된다. 그런 사람이 없을 땐, 책이 든든한 위로가 된다. 여전히 난 책을 좋아하고, 그 외에 더 많은 것을 좋아하고 있으며, 그 좋아하는 것들 사이에서 누구 하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전력을 다해 좋아하고 있음을 이 책이 떠오르게 해주었다.

왜 그랬을까. 나도 느껴봤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가 아닐까. 에세이란 그런 것이니까. 내 삶에도 스쳐 지나갔을 이야기를 언어로 글로 정리해주는 글이니까. 덕분에 내 마음과 감정의 이유를 조금은 더 알게 되니까. 그 모든 걸 뒤로 하고, 나도 그냥 여기에 내 글이 있었으면 싶어서, 그 욕망 덕분에 기분이 "뽀작!😎" 좋아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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