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 우연한 사랑, 필연적 죽음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박이서 등 16명 지음 / 푸른약국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갑자기 고백하자면 이 책의 리뷰를 쓰는 것이 좀 부담스럽다. 행여 내가 쓴 감상이 누군가의 감상을 방해하지 않을지, 내가 어떤 작품의 정수를 빼먹지는 않았는지, 모든 소설을 고르게 다루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것에 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16개의 소설 중 몇 가지만 골라 서평을 쓰는 것이 괜찮은 일일까?' 알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이 소설집의 훌.륭.한. 가치를 다 녹여낼 수 없다는 걸. 그런데도 마음이 쓰인다는 건, 그만큼 이 소설집에 애정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책과 함께 인생의 단계를 비교적 모범생처럼 차근차근 밟아온 나의 다음 스텝이 '작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사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의 시초가 된 모집 댓글에 영광스럽게도 태그를 받은 난, 깜박했다고 했지만 무엇을 쓸 수 있을까 고민만 하다가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자신 안에 고인 이야기를 꺼낸 분들의 글을 읽고 생각했다. '내볼까 고민만 해서 다행이다.'라고.

첫 소설부터 아주 좋아서 출근길 내내 책을 손에 붙잡고 있었고, 점심 먹으면서 또 읽고, 퇴근길에 드디어 다 읽었다. 이 좋은 책을 알리고 싶은 마음을 담아 서평을 쓰고 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글에는 각자의 삶과 함께 열심히 읽어온 책의 흔적이 담겨 있었다. 알랭 드 보통, 허수경 시인 등. 이외에 드러나지 않은 어떤 작가의 글과 작품이 독자였던 작가의 손끝에서 이야기되어, 아직도 독자에만 머무르고 있는 내 마음에 닿았다.

"마음을 울리는 글을 읽을 때면 컴컴했던 영혼이 빛으로 밝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영혼의 플래시는 어둠의 영역에 존재했던 내 안의 오래된 기악과 생각들을 끄집어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유라는 이름의 비눗방울은 투명한 빛으로 한참을 부유하다가 어딘가에서 터졌다. 책은 끝없는 사유를 가능하게 하고 내 영혼을 자유롭게 했으므로 나는 책 읽기를 사랑했다."

나는 무심하게 넘겼던 페이지 너머에서 머뭇거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나 잘 모으다니. 정말, 왜 이제야 보여주느냐고 투정을 할 뻔했다. 이 책은 이야기가 지닌 힘도 있지만 그 이야기를 만든 이들이 나보다 더 많은 책을 정말 많이 읽으며 머뭇거렸을 이 이야기에 담긴 따뜻함이 좋았다. 그 마음을 감히 짐작하며 읽다 보니 혼자 독백하던 이야기가 이젠 방백이 되어 책을 읽는 나에게 닿을 수 있었다.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 자신을 덜 어려워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계속되길 바란다. 여느 성장만화의 대표적인 클리셰처럼. 이 소설집을 시작으로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내건 소설집 출간으로 이어지는 작가님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기 위해 이 책이 널리널리 읽혀야 하는데. 부디 아독방의 재미난 프로젝트가 2020년 지난 추억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길 바라며. 난 에세이도 구매했다고 한다. 출판 프로젝트의 최고 후원은 가치 있는 책을 사는 것에서부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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