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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 빈에서 만난 황금빛 키스의 화가 ㅣ 클래식 클라우드 3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평점 :
'거장이 살았던 공간을 직접 찾아가 작품이 탄생했던 세계를 탐험하고, 그 세계와 작가를 새롭게 조망한다'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있는 클래식 클라우드. 《클림트》를 읽었다. 《클림트》와 《모네》를 두고 고민했다. '모네' 그림을 조금 더 좋아하지만, 그림보다 작가 한 개인을 더 들여다본다면 클림트가 더 궁금했다. 그래서 《클림트》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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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그는 먼 과거와 먼 나라들에서 영감의 물줄기를 얻기 위한 우물을 찾아냈다. 그러나 그 결과로 얻어낸 물줄기는 클림트의 손을 거치면서 완전히 새로운, 그리고 완연히 현대적인 모습으로 재창조되었다. 클림트의 놀라운 천재성은 바로 이 부분에 있었다. _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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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유디트> <아델레 블로흐 - 바우어의 초상> <다나에> 등 그가 그린 황금빛을 머금은 작품이 좋았다. 그런데 왜 내가 이 작품을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다행인 건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 이유를 더 묻는 사람이 없었다. 클림트의 작품이니까요. 그것이면 이유가 충분한 듯싶었다. 사실 그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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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를 가지고 싶었고, 이 책 덕분에 그 이유를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비잔틴 왕국의 황금 벽화나 그리스정교회 교회에서 볼 수 있는 그림과 비슷한 불균형 그리고 화려한 그림 속으로 빠져들어 가게 만드는 아우라가 좋았다. 그건 산비탈레 성당 방문과 글래스고를 대표하는 매킨토시, 일본 그림이 클림트 안에서 융합된 결과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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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작품과 다른 작품을 시도하기까지 과정이 《클림트》에 잘 정리되어 있다. <구 브루크 극장 객석>이나 부르크 극장 천장에 그린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빈 미술사 박물관 벽화에 그린 베아트리체 그림에서 점점 자신만의 그림을 완성해가는 걸 볼 수 있었다. 빈 분리파의 시작이자 끝이었던 그의 삶은 새로움, 다름을 찾고 또 찾는 과정이었다. 작품도 연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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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인간은 예술, 그리고 사랑의 힘을 통해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마저도 이길 수 있다고 외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 벽화를 제작하던 당시의 클림트는 꼭 40세였다. 더는 젊지 않은, 그리고 자신의 나이에 대해 무게감을 느낄 시기다. 그는 서서히 다가오는 몰락과 소멸에 대한 공포를 감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합쳐져서 예술의 영원한 승리를 찬양하는 <베토벤 프리즈>를 제작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리라. _ 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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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0원이란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그런데도 계속해서 모으고 싶고, 읽고 싶은 시리즈가 클래식 클라우드다. 헤르만 헤세, 빈센트 반 고흐가 얼른 출간되었으면 좋겠고. 칼 세이건과 다윈도 나왔으면 좋겠다. 계획이 있을지 모르지만 브론테 자매, 버지니아 울프, 오스틴까지. 내가 읽고 싶은 시리즈가 추가되길 바라며. 《카뮈》를 '언젠가 읽을 책장'에서 '조만간 읽을 책장'으로 옮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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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이든 간에 자신을 바쳐서 해야만 하는 일을 가진 이는 행복한 사람이다. 클림트는 분명 행복한 사람이었다. _ 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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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쳐서 읽고 싶은 건 아니지만, 읽고 싶은 책과 나왔으면 하는 책을 기대하는 나도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