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문장 쓰는 법 - 못 쓰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땅콩문고
김정선 지음 / 유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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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쓰기가 어려워 고민이다. 좋은 글쓰기가 아니라 그냥 글쓰기조차 어렵다. 자기소개서나 대입 논술 외에 글쓰기가 어려웠던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올해부터 글쓰기가 어렵다. 고민을 덜 수 있을까 싶어, 문장수리공 김정선 작가의 신작 《열 문장 쓰는 법》을 읽었다. 이런, 고민이 더 깊어졌다.

뭘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싶을 때, 우리가 느끼는 당혹감은 대부분 '나만의 것'과 '모두의 언어' 사이의 좁힐 수 없는 거리 때문일 겁니다. 그 거리가 모든 '나만의 것'을 어지럽게 만드니까요. _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중에..

처음 책을 보았을 때, 놀랐다. 생각보다 예상보다 책이 더 얇았기 때문이다. 얇다는 건 책의 분량도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랬다, 155쪽. 금방 독파할 수 있는 글의 양이었다. 이 한 권을 읽는데 10일도 넘게 걸렸다. 그 이유는 내 글이 왜 엉망인지 너무 아프게, 몹시 정확하게 찌르는 글이었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어려웠던 이유는 글이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오히려 예전에 내가 썼던 글보다 지금의 글이 더 부족해 보였다. 내가 지금 담고 싶은 이야기가 글을 쓰면 뒤로 밀려났다. 그렇게 밀려난 이야기는 내 안에만 쌓였고 중요한 것이 빠진 글은 나에겐 공허해 보였다.

내 안에 갇힌 채로 '나만의 것'만 재확인하는 데 그치는 것이 글쓰기의 목적이라면 굳이 머리를 쥐어뜯어 가며 글을 쓸 이유가 있을까요? 글쓰기를 통해 어제의 나와 다른 오늘의 나를 발견하고 창조해 가는 작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글쓰기는 이른바 '가성비'는 물론 '가심비'도 엉망인 작업일 겁니다. _ <내겐 너무나 낯선 나를 만나다> 중에..

내가 쓴 모든 글이 공허한 건 아니다. 내 감정에 충실한 글, 가령 편지를 쓸 때면 '나만의 것'을 오직 너에게만 맞추면 되기에. 글쓰기가 힘들지 않다. 오히려 금방 도톰해진 편지봉투를 씨익 웃으며 보는 여유까지 부린다. 하지만 다른 목적이 더해지는 순간, 머리를 쥐어뜯을 수밖에 없다.

내가 쓴 글이 마음에 차지 않고, 수시로 글쓰기가 어렵고 힘들지만 계속 쓰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내 마음에 드는 글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서" 쓴다. 이렇게 쓰면, 지금은 아니라도 언젠가 설명하지 못한 내 마음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열 문장 쓰는 법》은 글쓰기가 어려운 내 고민을 나보다 더 정확하게 짚어낸 책이다. 해결 방법도 함께 고민해 주었다. 어렵지만 포기하지 않는 나에게 "행운을 빕니다!"라는 시니컬한 응원까지. 아무래도, '나만의 생각과 감정'을 '모두의 언어'로 오롯이 번역하기 위한 일, 멈추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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