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문지 에크리
김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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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사랑이 없다》를 추천받았다. (충동적으로) 책을 샀고, 나의 충동이 현명했음을 읽으며 확인했다. 밑줄 친 문장이 정말 많다고, 공감이 가는 문장이 많다는 추천인의 말처럼 나도 라벨지를 여러 개 붙여가며 "단 하나의 사랑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고 싶었던 그녀, 김소연 시인"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리고 읽어서 참 좋았다. 왜 사람들이 좋아했는지, 그 사람들 사이에 내가 들어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문단을 읽고 나면, 다시 그 문단의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게 되는 책이었다. 누군가는 그렇게 되돌아가 밑줄을 그었을 것이고, 나는 라벨지를 붙였다. 내가 그랬던 이유는 내 생각 같아서, 공감되어서 첫 문장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잘 모르겠어서 처음으로 돌아갔다. 다시 읽으며 왜 돌아가 읽었는지 이유를 안 문장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문장도 있었다. 이유를 모르는 문장도 조금 더 생각하면 왠지 알 것 같았다.

이 책은 서평을 쓰기 시작하면, 흑역사가 펼쳐질 것을 알기에. 그 생각은 내 일기장에만 남기고 서평은 좋았던 문장 중 이번에 유독 더 좋았던 문장을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야겠다.

사랑의 뒤꽁무니를 좇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 끝나면 다른 사랑을 이어가면서, 사랑에 의해 사람이, 혹은 사람에 의해 사랑이 마모되는 류의 사랑이 아니라, 단 하나의 사랑을 인간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그녀는 알고 싶었다. '어떻게 사랑을 시작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사랑을 완성하는지를.'

_23쪽

체념하고 돌아선 이후에야 자신에게 상처를 준 그 사람을 겨우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제대로 된 이해는 언제고 뒤늦게 찾아왔을 뿐이었다. _ 101쪽

외롭다. 그러나 오랜 세월 매만진 돌멩이처럼, 그런 외로움은 윤기가 돈다. 롤랑 바르트는 이러한 시간을 "매끈한 시간: 해야 할 일을 그만두게 할지도 모를 약속도, '해야 할 일'도 없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_ 119쪽

기억해? 우리의 질문은 항상 절박했지. 대답에 따라 인생이 완전히 바뀔 만큼. 나의 절박한 질문에서 너의 절박한 대답이 돌아왔던 때를 나는 사랑의 순간이라고 느껴. 사랑이 그렇게 시작됐고 그렇게 사랑으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고, 그러므로 당연히 너와 함께 사랑을 완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는 거지. _ 142쪽

내가 궁금했던 것은 사랑에 대한 개념이 아니라 사랑함에 대한 것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사랑함은 사랑과는 다른 얼굴이어야 한다. 사랑은 사랑을 재배하는 능력이어야 한다. 사랑을 돌아보고 돌보는 것이어야 한다. 사랑을 사랑해온, 사랑을 명사로 고정하는 사랑의 담론들에 비켜서서, 사랑이 더 이상 감정의 영역에 머물러 있게 내버려두지 않아야 한다. _ 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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