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 20년간 우울증과 동행해온 사람의 치유 여정이 담긴 책
고요 지음 / 인디고(글담)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의 프롤로그의 마지막 문단은 다음과 같다.

매일 죽음을 바라던 내가 오늘도 죽음을 생각했을지 모를 당신을 위해 용기 내어 긴 이야기를 써 내려갔습니다. 부디 이 이야기가 당신의 하루를 살아내고 버텨낼 힘이 되길 마음 다해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지만, 힘들 때면 난 "아, 죽을 거 같아."라는 말을 했었다. 아니면 "차라리 죽는 게 낫겟다."라고도 했었다. 이 말이 얼마나 섬뜩한 말인지도 모르고 참 쉽게 "죽음"을 말했다. 그 말이 내 입에서 가볍게 나왔던 이유는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일, 말로만 툭 내뱉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20년간 우울증을 앓았던 이의 글을 읽는 건 솔직히 말하자면 쉽지 않았다. 어쩌면 피해왔던 글의 장르이기도 했다. 화제의 베스트셀러였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에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리 알고 싶지 않은 세계의 일이었다. 우울감이 내 마음에 스며들까봐 겁이 났을지도 모른다. 감정이란 참 쉽게 스며드니까.

《나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는 저자의 삶의 우울한 곡면을 보여주었지만 그 시선은 사람을 더 우울한 세계로 끌어당기지 않았다. 마음이 어둠으로 내려가는 비탈면을 지나 죽음이 아닌 삶의 세계를 담담히 걷는 여정이 담겨 있었다. 어렸을 때 고통 속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던 폭력과 마음의 우울감을 홀로 이겨내려 아등방등 애썼던 시간,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를 여행길에서 잃었던 일까지.

그 삶을 읽을 때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화를 내뱉는 감정이 '헛'하며 놀라서 숨이 자꾸만 차오르는 충격으로 바뀌는 동안 자신의 시간을 멈추고 싶었던 심정에 완벽히 공감하지 않았으나 조금이나마 가늠되는 바가 있었다. "나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라는 담담한 고백을 할 수 있기까지의 여정이란 그런 것이었다.

아마도 그녀가 책에 옮기지 못한 더 깊은 아픔은 그녀만이 알아볼 수 있는 자흔을 남겼을 것이다. 그 자흔을 '알 수 없음'의 상태로 놓아두지 않고, '이건 아니었음'으로 알게 되는 방법을 선택한 용기의 여정이었다. 이 에세이는 아프기에 보지 않고, 피하면 자꾸만 병에 마음을 침식당해 잊지만, 그래도 살아만 낸다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우울증이란 병을 감추고,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 내느라 애쓴 사람"이 있다며, 책을 읽고 슬프고 아픈 감정 아래에 숨어 있는 미지의 그 무언가를 보길 바란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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