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 퓰리처상 수상 작가가 묻고 세계의 지성 100인이 답하다
윌 듀런트 지음, 신소희 옮김 / 유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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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라는 질문은 좀 어려운 질문이다. 어떤 질문이든, 왜를 하나 붙이면 답하기 쉽지 않다. 습관처럼 '왜?'를 묻지만, 정작 내가 받으면 어떻게든 답은 하지만 솔직하지 않은 답을 할 때가 더 많았다. 그래서 어려운 '왜?'라는 물음 대신 난 '어떻게?'라고 물었다. 왜라고 생각할 때 막연해서 포기하고 싶었던 일이 어떻게라고 물으면 풀리곤 했다. 특히 나 자신에게 왜라는 이유를 물을 때 그랬다.

나는 진짜 답을 얻고 싶어서 묻기보다, 그 문제를 해결할 자신이 없거나 피하고 싶을 때 핑계처럼 '왜?'라는 질문을 했다. 불안하고 흔들리기에 질문에 나를 숨겨두고, 방황을 정당화했다. 그런 나를 인정한 후, 왜라는 막연한 질문을 두고 뭉그적거리기보다 어떻게를 넣어 목적과 목표를 분명히 세우려 했다. 덕분에 좋든 나쁘든 고민의 끝을 볼 수 있었고 나는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었다.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책 제목과 같은 질문을 받으면, 어떨까.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나는 당장 자살할 생각입니다."라는 말까지 더한 이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참 쉽지 않은 질문을 두고 저자가 얼마나 고민이 심했을지, 그리고 세계 각계 100인의 셀럽에게 삶의 의미를 물을 수밖에 없었던 마음마저 짐작이 된다.

책은 우선 삶의 이유를 잃은 이유에 대해 "비어 있는 것은 우리의 집이나 금고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다. 이제는 인간의 변치 않는 위대함을 믿거나 삶에 죽음으로 지울 수 없는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의 분석은 세계가 급격히 변한 20세기에서 찾은 답이지만, 21세기인 지금도 통찰력 있게 현 문제를 날카롭게 진단하는 측면이 있다.

홀로 해결할 수 없었던 저자는 "인생의 의미 혹은 가치는 무엇일까요? 당신의 영감과 활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며 당신을 노력하게 만드는 목적 혹은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당신은 어디에서 위안과 행복을 구합니까? 당신에게 소중한 궁극적 가치는 무엇입니까?"를 100인에게 묻는다. 그리고 받은 답을 종교, 역사, 과학, 유토피아 등으로 나누어 정리한다.

위 질문에 또 "어떻게?"로 바꾸어 답을 할 수밖에 없고, 헬렌 윌스의 답이 내 생각과 가장 비슷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꾸준히 매진함으로써 순간순간 마음을 사로잡는 슬픔과 초조와 분노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내 마음은 행복해지고 거의 평화로워지기까지 하지요. 이처럼 부단한 불안, 계속 나아가 어느 정도의 완벽함에 이르고 싶은 희망은 아름다움에 대한 애정과 뒤섞여 있다"라는 글에 공감했다.

나는 인생의 의미를 고민하기보다 인생에 내가 맞이할 수 있는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려 한다. 내가 이렇게 사는 이유는 그렇게 사는 나를 누구보다 내가 원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게 솔직하고 당당해지고 싶다. 그렇지 않은 순간이 많지만, 그런 나를 보듬고 더 나아지고 있는 (지금의)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순간과 삶이 더없이 소중하다.

"경험이란 그 어떤 감각도 살아가기에 충분한 경험을 취할 수 있는 놀랍도록 풍부한 파노라마"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인 난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를 읽고 다음 질문을 하려고 한다. "내가 어떻게 계속 살아야 합니까?"라는 더 중요한 질문을. 나의 삶을 풍부하게 채워줄 경험이 무엇일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며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를 덮으니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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