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 작은 가게를 기획합니다
김란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좋은 공간을 향유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졌다. 나도 그중 하나다. 내가 무엇을 할지, 누구를 만날지, 어떤 기분인지에 따라 내가 가려는 장소가 바뀌고 내가 보내는 시간 또한 다르다. 일을 해야 한다면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지만, 그 외에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왕이면 아늑하고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장소로 간다. 아직은 떠올리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떠올릴 생각 "나도 이런 가게 사장님이 되어보면 어떨까?" '이런'이라는 두루뭉술한 생각으로 막연한 소망으로 사장님이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소망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읽었다. 독특한 인사이트를 주는 북 바이 퍼블리의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였다.

공간 디자이너인 저자는 실제 저자의 친구가 직면했던 위기 상황을 보여주고,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하는지 그 과정을 책으로 풀어냈다. 잘 다니는 척 연기했던 회사를 그만두고 부동산부터 덜컥 계약한 초보 CEO의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을 부른다. 회사랑 잘 안 맞는 것 같고, 그보다 내 취향대로 꾸민 작은 서점이나 카페를 열어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적당한 수익을 유지하는 공간 사장이 되고 싶은 마음도, 그 마음을 실천할 결단력으로 부동산부터 계약하는 무모함도, 시장조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가늠조차 잡히지 않아 좋아하는 소신을 잘한다는 확신으로 둔갑시키는 설렘까지. 창업을 하지 않았지만, 그 마음이 뭔지 알 듯싶었다.

저자의 직업이 공간 디자이너이기에 공간을 어떻게 만들지, 사람들이 기꺼이 찾아오고 싶게 만드는 분위기를 만드는 법을 찾도록 돕는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온다는 비즈니스 꿀팁은 이 책에 없다. 이 책에 나온 아이디어는 이미 매력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다. 대신 저자는 체크리스트를 소개하며 어떤 부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사업을 시작하지만 그만큼 망하고 만다. 저자는 공간 디자이너로서 공간에서 수익을 창출할 창업을 구상한다면, 내 공간의 SWOT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전략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내가 몇 시간 동안 적을 때는 4,100원에서 많을 때는 2만 원을 지불하는 공간이 몇 년간 지속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알 수 있었다. "공간 창업도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일 아닐까요?"라는 저자의 말은 그 공간의 CEO인 내가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야지 이리저리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도 숨어있다. 사장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할 수 있지만, 그걸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그중에 또 성공하는 사람은 더더욱 적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를 가볍게 읽어보면 어떨까. 창업의 바이블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창업을 준비하다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챙길 수 있는 든든한 To Do List가 되어줄 것이다.

책을 덮으며, 역시 나는 CEO를 하더라도 공간을 경영하는 CEO는 쉽지 않고, 하고 싶지 않았다. 맛있는 디저트를 좋아하니, 올해부터 베이킹을 배워서 카페를 창업할 내 지인에게 빵을 납품하는 삶. 책을 좋아하니, 책덕후력을 인정받아, 마치 온라인 서점에 MD 추천이나, 편집장 추천처럼 독립 서점 한 켠에 내가 강력 추천하는 도서가 놓여있는 삶. 또 플로리스트가 되어 꽃을 만드는 것도 좋고, 작가가 되어 글을 써보고 싶고, 지금 하고 있는 트레바리 파트너처럼 모임 리더를 하는 삶을 살고 싶다.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 내 공간을 기획 운영하는 효용이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에게 유용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오'다. N잡러가 꿈이라면, 내가 만날 수많은 사장님의 비즈니스 구조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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