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 2020년 전면 개정판
정목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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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누구나 스스로가 부족해 보이고 못나 보이는 순간이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사람에게 상처받아 마음이 메마른 시기에 마음을 적셔주는 글을 만났다. 상처 난 딱지가 마음 곳곳에 덕지 덕지 말라붙어 있어 말 한마디에 쉽게 상처받는다. 게다가 거칠어진 마음에 누군가를 만나서 상처주기 쉬운 때, 그런 내 모습이 싫어지는 때, 나는 그런 나를  제대로 볼 수 없을 때, 그런 때 꼭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었다. 


 

다친 달팽이를 보거든 섣불리 도우려고 나서지 말라.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성급한 도움이 그를 화나게 하거나

그를 다치게 할 수 있다. 

_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222쪽

 

그런 때 나를 제대로 보는 것은 힘들다. 아니,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눈을 질끈 감고 시간이 약이라 믿으며 마음을 웅크리고만 싶다. 나는 그런 때 무엇도 듣고 싶지 않고, 나만의 동굴로만 들어가고 싶다. 위험이 닥치면 집으로 몸을 숨기는 달팽이처럼. 그런 때 나에게 정말 필요한 위로는 섣부르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스스로가 자신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조금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아는 분의 글이었다. 

 

정목 스님의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는 그런 글이었다. 글을 읽으며, "달팽이의 속도가 인간의 눈으로 보면 참으로 더디고 답답해 보이지만 우주의 속도에서는 그것이 지극히 합당한 속도입니다."라는 말이 나는 좋았다. "느릿느릿, 천천히 자신만의 속도로 바라보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그러니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된다고 딱딱해진 마음의 벽 속으로 마음을 숨기는 나에게 딱 맞는 말이었다. 

 

삶의 순간도 그렇습니다.

오늘이란 한 페이지가 넘어가면 새로운 아침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지요.

오늘 못다 한 것이 있더라도 거기에 너무 집착할 것도 후회할 것도 없습니다.


저녁이 되었으니 밤하늘을 여행하는 떠돌이별이 되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_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215쪽

 

물론 나의 속도로 산다는 것이 힘들 때도 있다. 남들처럼, 보통으로, 남들이 하듯이 하면 편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렇게 누군가를 쫓아 선택하면 마음이 공허해진다. 그렇다고 나의 속도를 찾는 것이 쉬운 것도 아니다. 한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럴 때는 내 눈에 달팽이가 움직이는 속도처럼 한번 멈추는 것도 답이다. 멈춘 후에 천천히 나의 속도를 찾으면 되니까. 그래도 괜찮음을 깨우쳐주는 글이 참 많았다.

 

남들의 속도를 따라가면, 정말 보아야 할 나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지나치는 때가 생긴다. 그렇게 내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를 무시한 채 달려가면 더 크게 마음을 다친다. 삶을 살아가는 방향도, 속도도, 목표도 모두 내가 결정하는 것인데, 곁눈질하며 남들과 비교하여 끌려가는 삶을 살 때가 참 많다. 상처받았을 때, 잠시 삶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창피한 일이라 스스로를 다그친다면 그건 내 마음에 여유가 말랐다는 증거임을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책을 다 읽은 후, 마음에 머물렀던 문장을 다시 보았다. 부족해 보이는 나의 삶도 괜찮았다고. 절대 안 괜찮은 일이라고 스스로를 채근할 일이 아니라고. 그대로 두어도 충분하다고. 더디게 느껴지는 나의 속도로 나아가도 괜찮아질 거라고. 지금은 아닌 것 같다며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지만, 그 마음마저 내려놓아보라고. 그렇게 하고 나면, 다 말라붙은 줄 알았던 마음 깊은 곳이 다시 촉촉하게 젖어들어갈 거라고. 

그렇게 나에게 말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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