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들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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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들》을 통해 바라본 길리어드는 《시녀 이야기》 속 세상과 사뭇 달랐다. 세 사람이 각기 다른 길리어드의 삶을 기록했다. 그 기록 더미에서 어렴풋 보이는 길리어드는 디스토피아 그 자체였다.

참혹한 길리어드에서 그 참혹함이 반복될 수 있도록 헌신하는 아주머니의 삶, 사령관의 양딸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빵조차 만들 수 없고, 또 다른 사령관과 결혼해야 하는 아그네스, 부모님까지 잃으며 삶이 뒤흔들린 데이지의 이야기는 교차하며 연결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무기력하게 명령에 따라야 할 때 참담함을 느꼈고, 고통 앞에 무기력해지는 나약한 모습에 안쓰러웠다.

한 사람은 온전한 인간이 아니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나는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될 위험에 처해 있었다.
_ 《증언들》 217쪽

중반부터 서서히 길리어드에 균열점이 보인다. 아주머니 계급이 만들어질 때부터 존재했던 모순과 한계. 그리고 길리어드가 서서히 무너지는 모습은 세 인물을 통해 더 생생하게 드러난다. 당연한 우리의 일상이 이상이었던 길리어드가 무너지고, 그 과정을 되새기는 심포지엄이 2197년에도 이어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시녀 이야기》의 강렬함을 넘어서지 못했고, 조금 아쉬웠다.

소설에서 인상적이었던 인물을 꼽자면, 역시 오프로드와 닮은 아그네스가 아닐까. 상대적으로 자신에게 편안한 길리어드를 이해할수록 모순을 발견하는 아그네스는 소설에서 가장 많이 바뀌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주변의 다른 여성들과 대화하며 변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아그네스의 눈에 비친 사회 모습을 길리어드라고 선을 그을 수 없어 더 기억에 많이 남았을지도 모른다.

세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마치 여러 편의 수필을 모아 놓은 것 같은 소설의 형태는 길리어드의 몰락 중심을 뚫고 지나간다. 길리어드에서의 비참한 삶에 대해 시녀 오브프레드를 통해 보았던 전작과 달랐다. 세 사람이 증언한 길리어드의 참담함은 다층적이며 생생하다. 내가 보지 못한 가상의 세계일 뿐인 길리어드의 이야기에 조금 더 공감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다.

증언은 어떤 사실을 증명하는 말이며, 증인으로서 사실을 진술하는 것을 말한다. 길리어드에서 몸도 마음도 상처받았을 그녀들의 내면을 확인하며, 이들의 목소리를 담는 소설이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역시, 마거릿 애트우드였다. 섬뜩한 디스토피아의 전형인 길리어드 속으로 들어갔다 그 마지막 문을 닫았을 때, 나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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