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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몸을 챙깁니다 - 바디풀니스,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한 첫걸음
문요한 지음 / 해냄 / 2019년 11월
평점 :
아침에 눈을 떠 맛있게 아침 식사를 할 때, 출근길에 미세 먼지 없이 푸른 하늘을 올려다볼 때, 길가를 구르다 낙엽이 내 신발을 덮을 때. 그렇게 오늘 내가 미소 지었을 때. 이 순간의 경험을 내 머리와 마음만 기억한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돌아보세요.
당신에게 가장 편안했던 장면을 찾아보세요.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그곳에 있다고 느껴보세요.
아니었다. 나 역시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내가 가장 편안해지는 순간을 생각해보았다. 나는 햇볕에 이불을 바삭바삭 말린 그날 밤에 잠든 순간이 떠올랐다. 햇볕 냄새가 짙게 배어 있는 베개와 이불에 온몸을 묻어두고 눈을 감았던 순간 온몸의 긴장이 다 풀어진다.
고개를 끄덕이며 몸은 내가 의식하지 못했을 뿐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나에 대해 잘 기억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나와 평생을 동고동락하며 함께 해온 몸에 조금 더 귀 기울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의 훌륭한 보호 장치를 한두 개쯤 가지게 되겠군 싶은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몸을 챙겨야 한다는 말을 듣지 않는 때가 있을까?
몸을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에 금방 고개를 끄덕이지만 돌아서면 까먹는 일이 내 몸 챙기는 일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몸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몸이 예전 같지 않아졌고 앞으로 더 예전 같지 않을 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순간의 감정에 몸을 뒤로하는 호기를 부리기도 하지만 그 자신감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었고 조금씩 몸을 사리며 아끼고 있다.
이렇게 나는 몸을 사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몸을 아끼는 것이고 챙기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몸을 챙깁니다』의 저자가 말하는 몸을 챙긴다는 의미는 달랐다. 바디풀니스(bodyfulness), "순간순간 따뜻한 주의를 몸에 기울이는 것"이 진짜 몸을 챙기는 것. 진정한 의미의 몸 챙김이란 바로 이것이었다. 몸 챙김의 여러 부분 중 내가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걷기였다.
내가 바로 속도 중독자다. 혼자 걸을 때, 나는 빨리 걷는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가만히 서서 오르거나 내려가는 일이 없다. 움직여야 하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도착해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다. 회사에서도 계단을 두 개씩 올라가는 일이 잦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도 아닌데, 서둘러 걷는다. 빨리 걷는 것이 익숙해서 일부러 느리게 걷는다는 건 웬만해선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몸인데도 스스로 그 움직임을 조절할 수 없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속도 중독으로 인해 마음은 몸과 함께 살지 못하고 늘 몸은 먼저 떠납니다. 마음은 늘 몸보다 앞서서 몸을 부릅니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수 없는 이유입니다."
지금의 속도가 나에게 맞는 속도라고 생각했고, 그 속도 안에서 꽤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문장 앞에 나를 솔직히 내려놓으니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글로 열심히 몸 챙김 훈련을 배운 후, 오늘 퇴근길에서도 나는 어김없이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쫓기듯 빠르게 올라갔다. 그렇다고 니트를 실천할 겸, 계단 오르기를 선택하지 않고. 참 습관이 무섭다. 내년에는 좀 달라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