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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2월
평점 :
김연수 작가가 "나만 좋아했으면, 싶은 사람"이라고 고백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 내가 아무리 꽁꽁 숨겨도 빛이 절로 나는 시인이었다. 메리 올리버는. 내 품에 고이 간직하고 싶은 시인이었고, 얇은 그녀의 산문집 《완벽한 날들》은 등 뒤로 감춰둔 채 나만 몰래 꺼내보고 싶은 책이었다. 하지만 내 손에 움켜쥐고 싶어도 결코 그럴 수 없는 자연처럼, 나만의 것이 될 수 없는, 나만 좋아하는 글일 수 없었다.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고, 앞으로 더 알려질 일만 남은 책이었다.
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은 책이었다. 아래의 문장을 수집하며, 더 일찍 만나지 못해 못내 아쉬우며 동시에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안도하게 된 시인의 글이었다. 읽는 내내, 밑줄 치고 싶었던 글이 한가득이었고, 포스트잇을 이곳저곳에 붙여두었다. 아마 다음에 읽으면 또 다른 문장에 밑줄을 치고 싶어질 것 같은, 또 다른 인덱스 포스트잇이 종이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 분명한 책이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을 붙잡으면 내가 더 완벽해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니, 그런 생각을 불어넣어 주는 책이었다.